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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역회사 넷맹부장이 털어놓는 업무비애/정보통신 대격변
입력1997-08-04 00:00:00
수정
1997.08.04 00:00:00
김상연 기자
◎부하직원은 인터넷통해 주문실적 배로 늘리는데/전자우편ID도 이해 못해 바이어와 상담때 망신만H무역회사의 K부장(38·본지 6월 16일자 「넷맹의 비애1」의 주인공)은 아침부터 부아가 돋았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K부장은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출근하자마자 서비스업체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의 C과장이 인터넷으로 꽃배달 서비스를 주문한다며 부지런을 떨자 부서 사원들이 연인이나 부인에게 꽃을 선물한다며 모두 C과장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뭐 좋은거 있어?』
계속 전화기를 붙들며 짜증을 내던 K부장은 C과장에게 다가가 넌즈시 물어보았다.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훨씬 싸죠. 사진을 보며 선택할 수 있으니까 정확하구요. 또 통화중인 때가 없으니까 기다릴 필요도 없잖습니까. 부장님도 한번 인터넷으로 주문해보세요』
눈치껏 배달신청은 해주지 않고 인터넷 운운하는 C과장을 보자 K부장은 폭발할 것만 같았다.
업무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던 K부장은 최근 인터넷 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영어 잘하고 대인관계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신입사원은 그렇지 않다. 솔직히 PC만 봐도 머리가 아팠는데 인터넷이라니.
특히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C과장이 자기 부서로 배치되면서 K부장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C과장의 신상품과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는 끝이 없는 듯이 보였다. 자료실 정보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K부장이 슬쩍 물어보면 「인터넷에 들어가 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어느새 C과장의 실적은 자신의 두배를 넘었다.
요즘 K부장은 「이게 내 한계인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신문을 보면 자꾸 명예퇴직과 창업기사에만 눈이 갔다.
그런저런 생각에 잠기던 차에 갑자기 어제 만난 바이어에게 전화가 왔다. 다른 제품을 추가로 사고 싶은데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면 한다는 거였다.
『지금 팩스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잘만 엮으면 큰 거래처로 발전할 수도 있는 주문이었다.
『아닙니다. 제 명함에 적혀있는 전자우편(EMmail) 주소로 자료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어제 받은 명함에 K부장의 전자우편 ID가 없더군요. 전자우편 ID와 K씨 회사 홈페이지 주소 좀 불러주세요』
전자우편 ID, 홈페이지?
전화기를 붙들고 땀만 뻘뻘 흘린 K부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부터는 인터넷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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