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시장과 주식시장은 비슷한 점이 있다. 주식시장은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한다.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 발행시장이고 이미 발행된 주식을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시장이 유통시장이다. 미술품 시장은 화가에게 직접 그림을 사는 것이 1차 시장이고 소장품을 거래하는 재판매 시장이 2차 시장이다.
1차 시장에서 화가가 헐값으로 그림을 화상에게 넘기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화상이 소더비나 크리스티를 통해 비싼 가격에 팔면 화가는 직접적인 이익이 없다. 하지만 화가의 다른 작품 가격이 경매(2차 시장) 가격을 벤치마킹해 상승하기 때문에 이득이 된다. 물론 이 시점에서 불운의 화가는 이미 사망하고 미망인과 후손이 덕을 본다. 그래서 화상이 화가에게 고정 생활비를 지급하고 후에 그림에 대한 우선매입권을 갖는 경우도 있다.
미술품은 개인 거래와 경매 회사를 통한 거래가 있다. 개인 거래 사상 가장 비싼 작품은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로 2011년에 2억5,900만달러에 거래됐고 경매를 통한 것으로는 소더비에서 뭉크의 '절규'가 2012년 1억2,000만달러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이다. 경매 거래의 최고가가 개인 거래 최고가의 절반 수준이다. 전반적인 미술품 가격의 추이는 미술품 지수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미술품 지수로는 메이모제스 미술 지수(Mei-Moses Pine Art Index)가 있는데 이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거래되는 3만여점의 미술품에 대한 재판매지수이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미술품 지수에 연동된 구조화 스와프나 선물계약이 제안됐지만 실제 거래되지는 않았다.
미술품 지수는 미술품 관련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최초의 미술품 헤지펀드로는 2007년에 크리스 칼슨과 저스틴 윌리엄스의 아트 트레이딩 펀드를 들 수 있다. 이 펀드는 미술품에 투자하는 동시에 가격 하락에 대비해 소더비와 같은 회사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미술품 거래의 활성화와 투명화를 위해 유럽에서는 'Split Art'라는 미술품 거래소를 세우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가의 미술품을 증권화한 후 이를 쪼개 미술증서(art certificate)라는 단위로 거래하자는 것이다.
언뜻 금융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미술품 거래도 금융 분야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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