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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어디로 가나] 5.끝 단기부동화 막으려면
입력1999-08-24 00:00:00
수정
1999.08.24 00:00:00
최창환 기자
5억원을 일주일 간 예치할 경우 적어도 수십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몇만원까지 따지는 A씨가 수표를 지갑에서 놀린 이유는 무엇일까.『고객들이 자신의 돈이 묶이거나 때일까봐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은행예금을 선택하면서도 신탁은 꺼리고 장기예금보다는 단기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입니다』
K지점장은 대우사태로 인한 수익증권 환매제한이후에 거액전주들이 안전을 좇아 은행창구를 다시 기웃거리면서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놓지지 않기 위해 언제라도 은행을 떠날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뭉칫 돈들이 금융권에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단기 부동화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됐다는게 금융권의 정설.
8월중 금융권별 수신증감현황을 보면 신뢰의 상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돈을 믿고 맏긴다는 의미의 신탁에서 돈이 무더기로 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자료에 따르면 8월들어 지난 19일까지 은행의 금전신탁계정이 1조4,471억원 감소했고 투신사의 공사채형 펀드에서 14조8,554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동안 은행예금은 무려 9조9,276억이 증가했다.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2조2,021억원이 증가해 평상수준을 유지했다.
대우사태를 계기로 채권형상품에 대한 신뢰와 이를 운용하는 투신권에 대한 신뢰가 붕괴해 자금이탈을 초래한 것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예금의 증가도 3개월짜리 정기예금등 단기상품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갈 곳을 찾지못한 자금이 안정성과 일정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은행에 잠시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간의 신뢰상실이 고객의 불신보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채권시장은 남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빠져나가면 이득을 보지만 모두가 이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길 경우 함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면서 『금융기관들이 겉으로는 공동보조를 취하면서도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뒤로는 자신의 몫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출발이 신뢰상실이기 때문에 치유방법은 신뢰의 회복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 시키는 방법을 둘러싸고는 정부와 업계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조속히 공적자금을 투입해 투신상품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불신을 자초한 증권과 투신업계가 먼저 책임질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의 불신을 초래한 부실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장의 안정을 담보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소형증권사의 임원은 『정부와 대형증권, 투신사가 손실분담의 주체를 둘러싸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자금의 단기부동화와 금리의 추가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악순환 으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실물투기가 재연될 조짐마저 나타나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돈이 채권과 증권으로 몰려 금리하락, 증시활황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가격안정과 물가안정도 동시에 달성되던 경제운용의 선순환구도가 깨지고 금리상승과 부동산가격상승 물가불안 등이 반복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신뢰를 다시금 회복토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창환기자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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