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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비만,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탄수화물 과잉 섭취가 국민건강을 해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한 대학병원에서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4.5%가 탄수화물 과잉섭취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또 탄수화물중독에 해당하는 사람도 전체의 9.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탄수화물은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영양소이자 에너지원으로 매일 먹는 흰쌀밥은 물론 빵, 과자, 라면 등에 많이 들어있다. 뇌기능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집중력저하·현기증 등이 생기고, 화를 잘 내며 우울증을 불러올 수 있다. 이 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에 빠져 폭식을 하게 된다.
탄수화물 가운데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껍질을 벗긴 곡류, 인공 설탕, 액상 과당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이다. 몸에 좋은 현미, 통밀 등과 달리 이들 정제 탄수화물로 만든 빵이나 케이크, 과자 등은 영양소는 불균형하고 칼로리만 높기 때문에 폭식할 경우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또 이들 음식은 소화·흡수 시간이 짧아 섭취와 함께 체내 혈당치를 급격히 올린다. 이때 우리 몸은 혈당조절을 위해 인슐린을 과잉 분비해 혈당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저혈당 증세와 함께 금세 허기를 느끼며 다시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포도당을 주 에너지로 사용하는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쾌감 물질이 분비돼 탄수화물 중독을 이끄는 원인이 된다.
탄수화물중독을 해결하면 어느 정도 체중감량이 가능하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실시한 밀가루 끊기 체험에서 운동은 하지 않고 밀가루만 끊었을 뿐인데 뱃살이 쏙 들어간 연예인의 모습이 방영돼 화제가 됐다. 또 탄수화물중독으로 인해 몸무게가 100㎏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가 식단을 바꾸고 2주 만에 10㎏ 이상 감량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갑작스럽게 끊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고도비만인 경우 음식조절이 어려워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위밴드(랩밴드)수술이 유용한 치료수단이 될 수 있다. 위밴드수술은 식도에서 위로 내려가는 부위에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밴드를 삽입해 음식물 섭취량을 조절하면서 서서히 살을 빼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밴드를 비교적 헐렁하게 해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다가 체중감량 진도와 포만감에 따라 밴드를 점차 조여 음식물 섭취량을 줄여나간다. 서서히 탄수화물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금단현상을 해소할 수 있고, 올바른 식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랩밴드 제거 후에도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수술 시 복강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를 절제하지 않아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작아 시간이 지나면 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어 고도비만 환자에게 안전하게 시술되고 있다.
권수인 예다인외과 원장은 “위밴드수술은 고도비만 환자들이 목표 체중에 따라 서서히 살을 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탄수화물중독으로 인한 폭식이나 금단증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수술 후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병행하면 원하는 체중을 유지케 해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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