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살림살이가 정말로 나아지는 것일까. 통계청이 14일 내놓은 '1ㆍ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경기회복으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동시에 늘어나며 가계지출과 가계소득이 통계작성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경기가 살아나도 좀처럼 온기를 받지 못하는 가계에 햇살이 들어오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득은 372만8,500원. 전년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통계청이 통계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4.4%로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경기회복에다 근로소득(4.9%), 사업소득(12.4%)이 증가하고 공적연금ㆍ사회수혜금(기초보장) 등이 늘어나며 이전소득(13%)도 크게 증가했다. 경기회복에 따라 씀씀이도 대폭 늘었다. 월평균 가계지출은 명목 기준 303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1%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섰다. 소비지출(9.5%)과 비소비지출(9.5%) 모두 증가한 가운데 항목별로는 단체여행비(78.9%), 서적(11.9%) 지출이 늘어 오락ㆍ문화 지출이 18.3% 증가했고 4월부터 에너지 다용량 가전제품의 개별소비세 부과를 앞두고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 지출도 17.8% 늘었다. 지난 겨울 이상한파와 유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주거ㆍ수도ㆍ광열(13.9%) 및 교통(17%)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소득에서 가계지출을 뺀 흑자액은 가구당 69만1,000원으로 전년동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소득에 비해 지출 증가율이 높아 흑자율은 1.6%포인트 하락한 22.8%를 나타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경제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증가율이 조금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돼온 경기상승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는 5분위별 가계수지의 경우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소득이 99만3,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 상승했고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은 797만7,000원으로 7.4% 늘어났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5분위 배율은 5.8배로 전년동기의 5.9배보다 소폭 개선됐다. 이는 2008년 1ㆍ4분기(5.81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빈부격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 투자 및 소비심리도 양호해 가계소득 여건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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