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거꾸로 가는 미술시장] <상> 쥐꼬리만한 한국 미술시장

경제는 10위권 강국인데… 글로벌시장 점유율 1%도 안돼

中은 경제 걸맞게 동반성장… 경매 점유율 41%로 美 제쳐

국내선 양도세 도입 등 악재

백남준 등 세계적인 작가도 제대로 대접 못받기 일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가 1억4,240만달러에 낙찰돼 세계 미술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출처=크리스티 홈페이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구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4,400억원(2012년 기준)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는 68조원.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섰지만 미술시장 점유율은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보잘것없는 국내 미술시장이 절름발이 문화육성책에다 미술 구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가세하며 더욱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미술재단(TEFAF)이 최근 발간한 지난해 미술시장 보고서의 국가별 거래 규모에 따르면 미국이 시장 점유율 38%로 약 26조원, 중국 16조원(24%), 영국이 약 14조원(20%)으로 집계됐다. 이들 국가에 비하면 국내 미술시장은 말 그대로 '쥐꼬리'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은 8%나 성장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규모를 회복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특히 영국의 작고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1961년작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라는 작품은 1억2,700만달러에 낙찰돼 세계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작가별로도 자그마치 1만5,000건의 최고가 경신 기록이 보고됐을 정도로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경기 불확실성과 양적완화 축소 흐름 속에서 검증된 미술품은 공급이 제한된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 여기다 신흥국 슈퍼리치들까지 가세해 작품 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급랭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미술시장 성장세는 중화주의의 문화적 자부심과 함께 가히 폭발적이다. 흔히 미술품 컬렉터(수집가)들이 공개시장인 경매보다 개인 거래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중국 '큰손'은 경매 현장에서 직접 베팅해 박수 속에서 낙찰 받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또한 "중국 작가가 파블로 피카소보다 비싸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작품 구매 경쟁이 지속돼 장샤오강·쩡판즈 등 중국 중견작가들은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그 결과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이미 2010년부터 중국이 거래량 1위에 올라섰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 미술정보지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최근 공개한 '2013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미술 경매시장은 전년 대비 13% 성장해 120억달러를 달성했고 이 중 4년 연속 정상을 지킨 중국의 점유율은 41%로 경매낙찰액 40억7,800만달러(약 4조3,500억원)를 기록했다. 2위인 미국은 40억1,600만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술 시장 규모를 비교해보면 우리의 미술시장이 경제 규모에 비해 현격하게 뒤처져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문화 수준이 경제발전과 '동반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별 경매 거래량에서도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중국 작가 장다치엔(1899~1983)이 3위를 지켰다. 톱10에 장다치엔·치바이스·자오우키 등 중국작가 3명이 이름을 올리는 동안 우리나라 작가는 3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400위권에 김환기와 이우환 정도가 이름을 올렸으나 백남준 이후 한국작가로는 처음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2011년 개인전을 연 이우환은 이후 가격 상승이 기대됐으나 '위작 유통' 등의 악재가 발목을 잡아 오히려 순위가 떨어졌다.



내수시장이 부진한 탓에 한국 작가는 가격형성에도 실패했다. 일례로 세계 양대 미술경매사인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아시아 컬렉터들을 주 타깃으로 개최하는 정기 현대미술 경매를 보면 이브닝세일('데이세일'과 구분해 100만달러대 고가 작품을 엄선해 거래하는 섹션)을 중국과 일본이 견인하는 데 반해 한국은 출품이 저조하다.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칭송 받는 세계적 미술가 백남준도 작품 값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이따금 김환기·이우환 등의 작품으로 '끼어들' 뿐이다.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도 자국 작품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 40대의 작가가 100만달러 가격대를 형성하며 경제성장과 문화저력이 함께 커가는 반면 한국 작품은 우리보다 외국 수집가들이 더 좋아하는 편"이라며 "내수시장이 조금만 살아나면 해외 경매에서도 경쟁력이 생길 텐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