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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의 머니 서바이벌] (6)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모 금융회사의 투자본부를 책임지는 분이었다. “정 상무, 혹시 김OO라고 알아?” 이름이 귀에 익었지만, 곧바로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 상무 있던 증권사 직원이었는데?” 그 때서야 이름과 얼굴이 매칭됐다.

“아, 그 친구요. 알죠. 그런데 어떤 일로?” 모르는 척 되물었지만 평판 체크를 위한 전화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니, 사람을 충원하는데, 우리 본부에 지원을 했더라구? 어떤 친구야?”

“저랑 같이 일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무난한 친구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겠지만, 금융권에서 경력 직원을 채용할 때는 주변에 ‘탐문’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직원을 뽑을 때 시장에서 그 사람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체크를 하곤 했다.

“제가 도움될 말씀을 드릴게 없네요. 어쩌죠?”

“아, 그래? 그냥 무난하다?”



평판 체크를 할 때, 그 사람에 대해 “무난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은 네거티브한 반응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 사람 어때?”라는 질문을 받고, “그 친구 좀 그래요. 채용하지 마세요”라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무난합니다” 혹은 “저랑 일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이 그나마 최대한 나쁘게 얘기한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옛 직장 동료나, 선후배를 깎아 내릴 필요는 없으니까.

사실 나는 그와 일을 해 본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일을 할 뻔 했었다. 이름을 들었을 때 얼굴이 떠오르지 않은 것은 이후에 일이 연결되지 않아서다. 결정적으로 그에 대해 내가 “무난하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보여줬던 태도 때문이었다. 내 부서 직원도 아니고, 어쩌다 부서간 협업을 하는 상황이니까, 직위가 높았던 나에게 그가 잘 보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상무님, 이 일은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선을 그어 얘기했던 그 일이 떠오른 것이다. 몇 년이 지난 후, 그가 새 직장을 구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평판 체크가 나에게 들어오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어쨌든 나는 그 친구에 대해서 “무난하다”는 얘기 외에 더 해줄 말이 없었다. 만약 그 친구가 “상무님, 이 공동 작업에 관심은 갑니다. 그런데 제 역할이 좀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라고 에둘러 거절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정을 한 김에, 그의 불만을 받아 들여서 그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하고, 프로젝트를 같이 했다면? 그 때에도 내가 “무난합니다”라는 식의 답을 했을까?

시장은 생각보다 좁다. 작은 행동, 몇 마디 말이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 치다가 결국은 되돌아오는 곳이다. 경쟁자는 많고, 기회는 흔치 않다. 무엇보다 시장에는 눈이 천 개, 귀가 만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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