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훈(28) 씨는 올해 초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본격적인 상승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 상반기 내내 코스피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 내 등락을 거듭했지만 하반기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연초의 투자 기대감이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조기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이라크 내전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코스피의 상승세는 꺾였고 오 씨가 가입했던 펀드의 성과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 씨는 성과가 부진한 주식형 펀드 환매를 위해 증권사 창구를 찾았다가 상담원으로부터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안겨주는 인컴펀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상담원은 인컴펀드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당주를 포함해 이자를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최근 정부가 배당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고 하이일드채권이 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인컴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컴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주식형 상품보다 기대수익은 낮지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채권형 상품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인컴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 위험을 싫어하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인컴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올해 투자 트렌드는 중위험·중수익이다. 국내 증시가 3년 넘게 박스권을 거듭한 데다 올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이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금리를 초과하는 수익, 즉 '플러스 알파(+α)'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들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과거 예금과 적금만으로도 5%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의 기대수익이 훨씬 높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리보다 1%만 높은 수익을 제공해도 만족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5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연 2% 미만으로 줄어든 곳도 등장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0%에 가까워졌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가 바로 인컴(income) 펀드다. 인컴펀드는 고금리 채권, 고배당 주식, 부동산 리츠 등에 분산 투자해 일정 기간마다 이자·배당·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말한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이득보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기초자산에 주로 투자한다.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 간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시황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8개(설정액 10억원 이상) 인컴펀드의 연초후(8월 21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5.79%다. 같은 기간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가 2.76%의 수익을 올린 사실과 비교하면 두 배를 초과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험도는 높은 대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국내 3.05%, 해외 4.20%)보다도 높은 연초후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인컴 자산에 분산 투자할 경우 오히려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인컴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자 이 펀드에는 연초후 3,577억원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은 '피델리티 글로벌 멀티에셋인컴(채혼-재)'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펀드는 인컴펀드가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보고 올해 5월 출시됐다. 전통적인 채권이나 주식 대비 높은 금리와 배당을 지급하는 글로벌 고배당 주식, 투자등급 회사채, 하이일드 채권, 이머징마켓 채권·리츠·인프라·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면서도 다양한 자산과 국가에 분산 투자한다.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시장 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산별 비중을 조정해 어떠한 경기 흐름에서도 안정적인 인컴 수익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수익률은 연 5% 수준이며 장기적으로는 자본 차익을 포함해 연 8% 수준의 성과를 운용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멀티에셋 인컴펀드에 비해 주식 비중을 최대한 낮춰 안정적인 인컴 수익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 금리는 불만스럽지만 주식에 투자하기에는 불안한 투자자들이라면 이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컴펀드 대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상품인 '미래에셋배당과인컴펀드'는 해외채권 모펀드에 투자해 이자를 챙기는 동시에 배당주 모펀드에 투자해 배당수익도 노린다.
이 상품이 투자하는 모펀드 중 하나인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는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채 및 글로벌 기업 회사채 등 우량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들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의 국채 및 회사채에 분산 투자하므로 보다 체계적인 위험 관리도 가능하다. 배당주 모펀드인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은 우선주와 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콜옵션을 매도해 초과수익을 확보하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도 병행한다.
시장이 강세일 때는 현물인 우선주와 배당주에서 수익을 얻고, 하락장일 때는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통해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상품의 A클래스의 연초후 수익률은 8.57%다. 운용전략이 좋은 성과로 나타나면서 이 펀드에는 연초후 758억원이 몰렸다.
미래운용은 '미래에셋 글로벌인컴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국내외 다양한 채권 및 인컴형 자산군에 투자해 '시중금리+알파(α)' 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를 판매하는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 글로벌 인컴펀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대안으로 삼을 만한 투자상품"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제상황이 맞을 수 있는 또 다른 위기 상황과 변동성에 대비해 방어할 수 있는 대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에도 적합한 상품인 만큼 연금저축형으로도 출시되어 있다.
자산배분형 펀드도 눈길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