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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자 대의 저버린 민주노총 파행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노동운동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0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이어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강온파의 극한 대립으로 사회적 교섭안건의 표결이 무산됐다. 근로자 대의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민주절차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단상점거에 이어 시너가 뿌려지고 대의원끼리 난투극이 벌어지는 추태를 보였다. 사회적 교섭안건은 노사정 대화 복귀를 위한 전초 단계의 의견수렴절차에 지나지않는데도 원천적인 봉쇄를 위해 폭력이 동원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산하 조직인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로 도덕적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산하 대규모 조직인 현대중공업이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현대자동차마저 조합원 사이에서 탈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은 일단 사의를 표명하고 이달 안으로 임시대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지만 뿌리깊은 계파 갈등이 제대로 아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오죽하면 ‘민주노총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사실 올해는 국가경제 측면으로나 노동운동 측면에서 중요한 한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경제 양극화 현상의 해소를 최대 목표로 두고 정규직 과 비정규직의 차별 완화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갈 방침이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소득격차 해소로 내수를 진작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상생의 방책 밖에 달리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제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운동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민주화운동의 과정으로 여겨졌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더욱이 적법절차로 스스로 선택한 집행부를 매도하고 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근년에 이르러 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원의 비중은 날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으며 상급노조의 운동방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화와 변화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어제의 수치를 내일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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