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가 진화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노사관계가 한단계 선진화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조남홍(73ㆍ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십년간 정체됐던 노사관계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분위기 조성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4년 경총 상임부회장에 취임해 2004년 퇴임할 때까지 10년간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던 한국 노사문제의 산증인이다. 그는 '파업윤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회고록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책을 정리하다 보니까 1990년대나 지금이나 노사관계의 현안 이슈가 변한 게 없다"며 "정부가 진보든 보수이든 간에 노동정책은 전혀 차별화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사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글로벌 위기극복을 위해 일자리 나누기 등 개별 기업단위에서 상생협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조 고문은 "노사문제의 변화가 보여 다행"이라며 "이런 불씨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이어 정부의 역할, 그 중에서도 노사문제를 다루는 공무원의 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 역할이라는 게 설득하고, 대화의 장소를 마련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인데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의 변화 조짐이 노사관계 선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도 빼놓지 않았다. 조 고문은 "결국 노동운동은 대다수 근로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문제는 선동적으로 표결하면 대다수 근로자들이 원하는 반대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도를 보면 대다수 근로자들을 확인하는 절차가 대단히 모호하다"며 "단적인 예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그는 "이미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면서도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외곽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문제를 다루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회고록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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