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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어느 중소기업 대표의 1년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미징 솔루션업체인 얼라이언스시스템의 조성구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 3월이었다. 민주노동당이 마련한 중소기업 경영진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는데 그는 ‘삼성과 싸우고 있는 중소기업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사실상 주종관계에 가까운 우리 현실에서 그는 왜 삼성을 상대로 법정싸움까지 벌이게 됐을까.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삼성SDS가 2002년 우리은행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당시 삼성SDS에 소프트웨어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는 제품의 공급가격을 부당하게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발주량을 속여 제품을 저가로 공급받았다는 게 조 대표의 주장이다. 이런 대기업의 횡포 앞에서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그는 지난해 8월 삼성SDS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당시 삼성SDS는 대구은행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얼라이언스시스템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제조 위탁했는데 검찰 고소건을 이유로 갑자기 이를 취소해 얼라이언스시스템에 엄청난 손해도 입혔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그를 다시 만났다. 의원 사무실에 두툼한 서류뭉치를 들고 나타난 그는 청와대에서부터 공정거래위원까지 진정서를 안 내본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디서도 책임 있는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삼성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언론사에서 취재도 여러 번 해갔지만 왠지 보도는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SDS의 ‘사기’를 입증할 만한 녹취록, 참고인 진술 등 증거자료가 명백했지만 검찰은 엉뚱하게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삼성SDS에 무혐의 처분을 내려 그는 다시 서울고검에 항고해야 했다. 5월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대기업 하도급 불공정거래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1년 동안 삼성과 싸우면서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했다”며 “언론사든 검찰이든 삼성의 로비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삼성과 사이가 안 좋아지자 삼성은 물론 다른 SI업체로부터도 일체 수주가 끊겼다며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업계의 생리상 한번 대기업에 찍히면 다른 곳과도 거래가 힘들다고 탄식했다. 오늘은 얼라이언스시스템이 삼성SDS를 고소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SI업체 실태조사 결과 9개 대형 SI업체들이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 삼성SDS도 대구은행 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 대표는 모처럼 자신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데 상기된 듯했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아직 법정에서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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