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을 약정한 기간보다 미리 갚을 때 고객이 물어야 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기존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말 은행법학회에 맡긴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 해외 은행이 국내 은행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나라별로 수수료운용 체계와 장기ㆍ고정 금리 등 대출상품에 따른 수수료 부과 방식 등을 더 꼼꼼히 살펴보고 11월 말께 최종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조사의 보완 성격이 강해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이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해외 은행의 수수료는 중도상환 대출금 규모의 3~5% 수준으로 국내 은행 수수료율의 2~3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ㆍ신한ㆍ우리 등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대출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최대 3년까지 중도 상환하는 대출금의 최대 1.4~1.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는데 하루라도 늦게 빚을 갚을 경우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일별슬라이딩체감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 자체가 과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셈이다. 은행법학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 결과를 금융위에 제출했고 금융위는 최종 결론 이전 나라별 사정이 국내와 어떻게 다른지 추가조사를 맡겼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그간 금융소비자호보 움직임 속에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부과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고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폐지하라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대치 속에 최근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4년 6개월간 은행권이 중도상환수수료를 통해 얻은 수익은 1조5,727억원에 달했다. 중도상환수수료로 국민은행은 2,145억원, 우리은행은 2,084억원을 거뒀고 신한 1,620억원, 농협 1,452억원, 기업 1,360억원, 하나 1,301억원 등 다른 은행들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금융위는 일단 이번 내용이 최종 조사 결과는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나라별 전반적인 은행 수수료 및 중도상환수수료 비중, 대출 상품 별로 중도상환수수료 차등 적용 여부 등도 알아볼 계획"이라며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 최종 결과가 나오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은행들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수수료를 많이 거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간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낮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고객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에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자산운용에 따른 부담 등 은행 비용이 발생한다"며 "결국 수수료를 폐지하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어 중도상환으로 이득을 보는 고객의 적정 부담 수준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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