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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치금융의 유혹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는 난데없이 투쟁가요가 울려 퍼졌다. '전직원 총단결로 관치금융 박살내자'는 구호가 난무했다. 노조에서 흔히 하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예사롭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금융위원회가 제정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있었다(본지 19일자 1ㆍ10면 단독 보도). 특히 법안 내용에서 금감원이 가진 금융회사 및 임직원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 그들은 반발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 산하로 두지만 임명권과 예산권 등을 금융위가 거머쥐는 데 대한 반감이 컸다.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규정했다. 징계권을 둘러싼 밥그릇 다툼이지만 한편으로 관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는다. 관치금융의 역사는 길다.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1961년 제정)을 통해 관치를 보장하던 때도 있었다. 금리결정ㆍ신용배분ㆍ예산ㆍ인사ㆍ조직 등 금융기관의 운영이 정부에 예속돼 금융은 성장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적 도구로만 이용됐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관치금융의 부작용 탓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금융은 지난 1980년대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폐지된 뒤에야 '관의 치'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렇다고 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좀 멀게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은 무기력했고 160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서 살려놓았다. 오죽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에 세 번이나 속았다"고 했을까. 관료들은 그래서 틈만 보이면 금융을 지배하려 한다. 금감원이 있어도 손수 챙겨야 탈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금융소보원 설치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만들면서 금융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령을 제정한 것도 같은 줄기다. 제재권을 두고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금융당국은 둘로 갈라질 상황에 처했다. 욕심을 갖고 손을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나만 선(善)'이라는 독선에도 빠진다. 관치금융의 유혹을 억제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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