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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물류 전성시대] (기고)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참여정부의 새 막이 오르면서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과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부산항에서 신의주,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로테르담을 잇는 물류 실크로드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목표가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지난 십 수 년간 세인의 입에서만 맴돌던 이 정책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에서도 이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사격이 잇따르고 있어 평생 물류인으로 살아온 필자에게 더 없는 감흥을 주고 있다. 지난 2000년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물류비는 GDP대비 12.8%에 달하는 66조7천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국가물류비율은 9.59%로 우리가 이 수준에 근접할 경우 17조2천억원의 국가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111조5,000억원이라는 금년도 정부예산의 15.4%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기업 물류비의 경우 물류비 수치는 상대적으로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기업 물류비는 지난 2001년 11.1%로 일본(5.45%)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원짜리 제품을 수출할 경우 111원이 물류비로 지출된다는 것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대내외적인 상황 또한 부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1년 전에 비해 10달러 이상 오른 배럴 당 4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무역수지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적자로 곤두박질쳤다. 각 업계나 연구기관에서는 이 같은 난국을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필자는 물류에서 이 해법을 찾아보려 한다. 물류는 원가절감의 마지막 요소라 할만큼 주요한 부분이다. 물류비 절감은 원가절감과 맞물려 가격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출전선에도 효자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대면거래를 주로하고 있는 온라인쇼핑몰이나 홈쇼핑 등이 지난 수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면에 `택배`라는 시스템이 구축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물류가 산업 전분야로 소리없이 전도되고 있어 향후 핵심산업으로 두각을 나타낼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우선 기업 물류비 절감을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안은 물류의 정보화와 표준화다. 국내 물류시장은 산업규모에 비해 가장 IT화가 늦은 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까지 물류망 확충이라는 대명제를 수행해온 물류 업체들은 인프라에 관한한 어느 정도 괘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한통운의 경우도 10개의 해외지사를 비롯, 전국 40여 개의 지사와 350여 개의 영업소 등을 갖춰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한다. 이에 반해 국내 물류 업체들의 정보화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물류부문에서 정보화 수준이 낮다는 것은 역으로 해석했을 경우 기술의 표준화와 공동화가 그만큼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3자 물류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채택하는 기업은 물류업무를 전문 물류기업에 위탁함으로써 물류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고 제품생산에만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물류업체는 고정 물량의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가능해져 물류의 전문화를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게 된다. 특히 3자 물류를 도입함으로써 물류의 전산화는 물론 표준화까지 동시에 병행할 수 있게 돼 위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3자 물류의 효율성을 적극 홍보하고 이를 채택하는 업체에 금융, 조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현재 한자릿 숫자에 불과한 국내 기업들의 3자 물류 도입률을 선진국 수준인 60~70%대 까지 끌어올린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부수적 효과 또한 수반될 것이다. 뜬구름 잡기식의 정책적 논의보다는 3자 물류 시장 확대를 통한 물류의 정보화, 전산화를 실현시키는 것이 순리다. 이것이 바로 향후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대 명제를 풀기 위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첫 공식일 것이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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