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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댐 동시 관리 노력 필요"

■ 한국경제학 공동학술대회<br>김중수 총재 "물가안정목표제 유연 운영" … 새 정부와 정책공조 시사<br>경제학자 쓴소리, 엔저 대응 속도만으론 안돼… 시장과 소통 좀 더 힘써야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가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경제학 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본 경제 세계화의 한계와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중앙은행도 물과 댐을 같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2일 국내 경제학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열린 '201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과제는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정책이었다. 최근 일본의 엔저공세를 포함한 심상찮은 통화전쟁에서 우리나라의 좁아진 입지에 대한 우려감이 학계에도 짙게 드리워진 분위기였다.

특히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직접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발표에 나서면서 경제학자들의 토론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 학술대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축하메시지를 보내 경제학자들을 독려했다. 박 당선인은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한 축하메시지 대독을 통해 "우리경제의 혁신을 열고 미증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경제학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이날 발표문은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김 총재는 이날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 기반 위에서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연하게 운용하면서 경제성장세 회복을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지난 수십년간 파티에서 '펀치 그릇'을 치우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파티가 없거나 분위기가 식으면 정부와 함께 정책적 노력을 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여러 거시경제 정책과 구조개혁 정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통화정책도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독자적인 정책수행만으로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국가 간 파급효과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국제공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 학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양원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에 더 힘써줬으면 좋겠다"며 "시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예측하고 움직이는데 중앙은행 결정을 받아들이기보다 억측을 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도 "중앙은행이 분명 실수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만약 그렇다면 중앙은행 스스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었는가 짚어봐야 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여되기 시작했고 그게 비극의 시작이라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이제 물과 댐을 같이 관리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앙은행이 뒤로 살짝 빠진 느낌이었지만 일정 부분 역할이 있다면 이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의 엔저공세에 대응할 때 '속도'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엔화의 평가절하는 외환시장만으로 금방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제회의를 통해 최대한 우리 입장을 밝히고 그 속에서 역할을 하면서 우리 입장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개별 진행된 분과회의에서는 되살아나지 않는 기업의 위축된 설비투자가 환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한 '환율변동의 비대칭성과 투자'라는 논문에서 "한국경제는 독일이나 스위스와 달리 환율변동이 장단기 기업투자를 감소시키는 특징이 나타난다"며 "정책 당국은 이자율보다 환율변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논문에서는 중앙은행의 과도한 외환보유액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박성강 전남대 경상학부 교수는 "신흥국의 과도한 외환보유액 축적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침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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