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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다시 해외로] 해외점포 성공ㆍ실패사례

외환위기가 시작됐던 97년 말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257개, 종합금융ㆍ리스사 등의 해외점포는 57개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은행의 해외점포는 103개로 5년새 무려 절반 이상이 `정리`됐고 종금사 등 2금융권은 예외없이 문을 닫았다. 국내 금융사의 과도한 해외진출이 빚어낸 `참극`이다. 금융회사들은 사업성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은 채 `남들이 진출하니까 우리도 진출한다`는 식으로 몰려 나갔다. 현지에 가서도 교민이나 국내기업만을 상대로 국내 금융회사들끼리 경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외환위기와 함께 외화조달이 봉쇄되고 국내기업들이 무너지자 이러한 기형적인 해외영업은 된서리를 맞게 됐다. 대부분의 해외점포들은 엄청난 부실을 견디기 어려워 문을 닫거나 다른 점포와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해외진출 과열=90년대 불어 닥친 세계화 바람으로 국내 금융사들은 너나 없이 해외진출에 열을 올렸다. 해외진출 열기가 정점에 이르렀던 97년에 국내 금융사의 해외 거점은 300여개에 이르렀다. 국제금융센터였던 홍콩 한 지역에만 70개가 넘는 국내 금융사 점포들이 난립해 있었고, 한 지역에 2개의 점포를 낸 금융회사도 적지 않았다. 당시 미국내 영업점에서 근무했던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교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는 국내은행 대다수가 점포를 열어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며 “과도한 경쟁으로 이미 부실이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중국 등에 점포를 신설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외진출 우선순위는 업계 자율로 협의해 결정하되 여의치 않으면 금융당국이 적정 수준으로 `지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말로만 국제금융= 해외점포들의 몰락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외형상으로는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국내영업의 연장선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해외점포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이나 교민들만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세계 주요은행과 겨룰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부실이 해외점포의 동반부실로 이어진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심지어는 A은행이 발행하는 해외증권을 B은행 해외점포가 사주거나 해외점포끼리 서로 자금을 거래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를 비아냥대는 말이 이른 바 `김치 딜`이다. 국제적인 금융거래로 꼬리표는 달려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국계 기업에 한국계 금융회사들끼리 뭉쳐 대출을 해줬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도 국제업무 담당자들끼리 모이면 `90년대 중반을 되새기자`는 얘기를 하곤 한다”며 “실패한 과거를 되새기며 해외영업의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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