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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생겼다는 게 꿈만 같아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지적장애 3급인 이상혁(23)씨는 다음달부터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발달장애를 앓아온 이씨는 지금까지 3~4개 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 전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씨였지만 3개월을 넘겨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정상적인 직원들과 같은 일을 시켜 놓고 작은 실수를 빌미로 해고하는 일이 되풀이됐던 것이다.
어떤 업체에서는 쓰레기 청소를 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주위에서 '괜찮으냐'는 말이 아니라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해 일을 만드느냐'는 핀잔을 먼저 들어야 했다.
중증장애인으로 안정적인 직장은 고사하고 적응도 힘들었던 이씨가 다음달부터 특급호텔인 서울 플라자호텔 객실팀에서 정규직 호텔리어로 일하게 된다. 서울시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시내 50개 호텔들 등과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28일 서울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중구 플라자호텔 메이플홀에서 '장애인 호텔리어 고용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씨를 포함해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7명의 장애인들이 다음달부터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정규직 호텔리어로 근무하게 됐다. 지난 3월부터 '장애인 희망 프로젝트, 장애인 호텔리어 되다'를 공동으로 시범 시행 중인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8개월 만에 첫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공단은 장애인 고용 관련 전문 컨설팅을 통해 장애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에서 발달장애인 호텔리어가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것은 국내 최초"라며 "앞으로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호텔 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플라자호텔의 결단도 이번 결실을 맺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회의 편견과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특급호텔 특성상 장애인을 고용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플라자호텔은 서울시가 접촉했던 50개 호텔 가운데 가장 먼저 참여의사를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라자호텔은 기존에 발굴한 직무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8명을 추가로 채용해 내년까지 장애인 호텔리어를 총 15명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증장애인 첫 호텔리어로서 이씨의 임무는 리넨 정리와 운반 작업이다. 투숙객과 대면하는 일은 아니지만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이씨는 "전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장애인으로서 일자리를 찾고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며 "첫 출근이 정말 기다려진다"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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