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이 개발도상국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면 남편의 착한 영혼도 기뻐할 것입니다." 지난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로 숨진 고(故)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아내 이순자(7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남편과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 20억원을 쾌척하기로 했다. 2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 1일 서울대를 찾아 오연천 총장을 만나 자신이 평생 모은 돈 20억원을 서울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27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모은 돈이다. 서울대는 이 교수의 뜻을 존중해 기부금으로 '김재익 펠로십 펀드'를 조성,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젊은 학생과 관료가 서울대에 와서 경제정책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 교수는 "한국 전쟁 후 지독히 가난했던 한국의 젊은이들은 선진국의 장학금으로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울 수 있었다"며 "남편도 하와이 대학 동서문화센터의 지원으로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기까지 학비 전액을 지원받았다. 이러한 장학금 지원은 학생 개인의 일생을 바꾸는 것은 물론 그 학생 나라의 장래를 바꾸는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보다 불우한 나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일일 것"이라며 "남편의 신념을 담아 발족하는 이 장학금이 개발도상국에서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도와준다면 남편의 착한 영혼이 크게 기뻐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 교수는 "20, 30년이 지난 훗날, 젊은 시절에 김재익 장학금으로 공부한 각 나라의 고위직 공직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공직자들과 친구로, 동문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우정 어린 협력으로 복잡한 국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는 올 연말 이 교수와 공식 약정식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 교수의 남편인 김재익 수석비서관은 1983년 10월 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아시아국 공식 순방 도중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이 자행한 대통령 암살 폭탄 테러로 44세의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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