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파이낸셜 포커스] 흔들리는 우리금융 계열사

시한부 경영진·민영화 덫에 반년째 표류

주요 사업 결재 미뤄 업무추진 쉽지 않아

매각 앞두고 구조조정 우려에 직원 동요


매각이 결정된 우리금융 계열의 우리아비바생명은 최근 6개월 가까이 신상품을 단 한 개도 출시하지 못했다.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2~3개월에 한 번씩 전략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해 시장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이 금융계의 관행. 하지만 이 회사 경영진은 신상품 기획안을 책상 위에 쌓아놓기만 하고 정작 결재는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민영화를 위한) 매각작업이 완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영진이 주요 사업 결재 서류에는 사인을 하지 않아 업무 추진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6월 취임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반쪽짜리' 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범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금융 당국이 이 회장의 임기를 내년 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민영화의 덫에 발목이 잡힌 우리금융그룹은 치열한 진검 승부에서 '차'와 '포'를 떼고 경쟁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대표이사 인선을 3개월이 지나서야 마무리하면서 실타래가 꼬이더니 일선 계열사들도 수개월째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한 채 매각 작업의 진척 상황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보니 주요한 경영 전략을 세우기도 어렵고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다. 특히 임직원들은 매각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매각 결정이 이뤄진 우리투자증권이나 저축은행·아비바생명 등은 새롭게 주인이 된 NH농협금융과의 전략적 화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업무가 힘든 상황이고 매각을 앞둔 경남은행 등은 아예 총파업까지 선언하는 등 첩첩산중이다.

◇'사인' 안 하는 경영진=우리금융 주요 계열사의 대표와 고위경영진 인선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지연되면서 무려 3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 경영진은 출근하는 데 의의를 둔 말 그대로 '식물 경영진'이었다. 이후 새로운 진용을 갖췄지만 주요 계열사의 경영은 아직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 계열사 관계자들은 사실상 민영화 완료 시점까지가 임기인 시한부 경영진이 추후에 책임소재를 물을 만한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전한다.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며칠 밤을 새워 보고서를 올려도 결재가 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투자증권·경남은행·광주은행 등은 내년도 사업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



민영화 작업과 경영 공백 사태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실적 부진을 무릅쓰고 지난 3·4분기에 부실 채권을 대거 정리한 것은 '과감한 결단'이었지만 일선 계열사들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올해 4월 출범한 우리카드는 3·4분기 당기순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매각이 진행 중인 우리아비바생명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40억원을, 우리종금은 710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동요하는 직원들=민영화 작업을 위한 '최적화'라는 명목으로 신규투자는 줄어들고 부실자산 털어버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 실적악화까지 겹치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영업 확대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투자를 진행해야 하지만 올해 3·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비용절감만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절감한 상태라 사실상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민영화를 위한 매각작업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계열사 직원들을 동요하게 하고 있다.

BS금융지주로 매각이 확정적인 경남은행의 경우 부산은행과 합병될 경우 영업권역이 겹치는 점포는 폐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금융계에서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중복점포 수를 20여개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