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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 듣는다] <1> 앨런 블라인더 美 프린스턴대 교수

"美 실업 해결 '마법탄환'은 없어… 회복엔 10년이상 걸릴 것"<br>193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 겪어 소비자 지출않고 기업 고용회피<br>당분간 저성장·고실업 시달릴듯<br>2차 양적완화 방식 답습한다면 3차서도 경제효과 기대 어려워



"미국경제는 지금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고 기업들은 고용을 회피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이 앞으로 4~5%대의 정상적인 실업률로 복귀하자면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앨런 블라인더(65ㆍ사진)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찾아오는 경기침체의 골은 깊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경제의 최대 현안인 실업문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단기간에 실업률을 떨어뜨려주는 '마법의 탄환(silver bullet)'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못박았다. 블라인더 교수는 또 시장에서 기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만약 2차 양적완화(QE2) 방식을 답습한다면 QE3에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매기고 있는 연 0.25%의 금리를 -0.25%로 전환시키는 것이 대출을 늘리는 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맡아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블라인더 교수는 중앙은행이란 항상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기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명확히 밝혀줌으로써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자칫 시장에 끌려 다닌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0일 미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금융위기를 겪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미국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저는 고용시장의 불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1,4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만 60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심각한 고용상황은 낮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 세금 문제가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현재 9%를 웃도는 미국 실업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4~5%로 다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다시 4~5%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업률을 단기간에 낮출 수 있을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난 1982년 경기침체 이후 높아진 실업률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한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먼저 미국이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고용을 꺼리고 있습니다. 재정ㆍ통화정책의 여력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2008년 12월 이후 제로금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FRB는 사실상 실탄을 거의 소진한 셈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재정정책을 통한 지원보다는 어떻게 하면 정부지출을 줄이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처럼 이번 침체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후 찾아온 것이라는 점에서 회복은 더욱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2~3년간 미국과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 일본 등 선진국들은 여전히 저성장ㆍ고실업에 시달릴 것입니다.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훨씬 더 좋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문제될 수 있겠지만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브라질은 계속해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어떻습니까. 세계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만. ▦10년 전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해볼 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이 10% 가까운 성장을 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큰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태입니다. 다만 중국이 미국처럼 전세계 경제성장의 힘찬 엔진이 되려면 기존의 중상주의(mercantilism)적 정책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문제를 짚어보죠.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월가의 거대 금융회사들이 이 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도드-프랭크법은 금융위기의 발생빈도를 낮추고 행여 발생하더라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월가와 공화당의 반대가 완강합니다. 이 법의 시행목적을 고려할 때 월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공화당의 반대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FRB를 이끌고 있는 밴 버냉키 의장의 성과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버냉키 의장은 이곳 프린스턴대의 동료교수로 저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리먼이 그렇게 갑자기 붕괴돼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도록 내버려두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리먼이 붕괴된 다음주, 아니 그 다음날부터 훌륭한 일들을 해냈습니다. 금융시장을 위기에서 구해냈으며 경제위기도 지혜롭게 극복했습니다. 당연히 'A+'입니다. -월가에서는 QE3 시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만약 시행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있을까요. ▦저는 QE2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모기지증권을 매입했던 1차 양적완화(QE1)는 사실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국채매입은 장기금리를 낮추지도 못하는 등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QE3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은 시중 유동성이 충분합니다. 오히려 현재 0.25%인 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을 늘리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중앙은행과 시장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합니까. ▦시장은 때로 극단적이며 모든 상황을 과장하고 증폭시키기 마련입니다.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은 시장으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영어에서 '듣는다(listen)'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과 어머니 말씀을 듣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중앙은행은 시장의 정보를 들어야 하지만 그냥 따라가서는 곤란합니다. 시장의 말만 듣는 정책은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중앙은행과 시장의 소통방식이나 그 범위는 해당 국가의 문화, 심지어 중앙은행장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을 꼽으라면 중앙은행은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이 침묵을 지키면 지킬수록 시장은 오해를 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은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중앙은행들이 최소한의 소통만 하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20마디 말보다는 500마디 말이 훨씬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래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은 가장 큰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북한문제만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열정적인 교육열과 높은 저축률, 스마트한 정부에 힘입어 성공의 방정식을 써왔습니다. 앞으로 연 10%의 성장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결국 선진국의 지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죠. ▦우선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관점에서 볼 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는 정부의 역할입니다. 단지 기업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제너럴일렉트릭(GE)을 불러 작은 기업들을 도와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그것이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블라인더 교수는
앨런 블라인더 교수는 복잡한 경제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미국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경제보좌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맡아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호흡을 맞춰 실무와 이론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 논문학회(IDEAS/RePEc)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양적완화나 정부 채무 등 미국이 안고 있는 다양한 경제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 월스트리트저널ㆍ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 언론에 자신의 입장과 대안을 담은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지난 194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최우등(Summa Cum Laude)으로 졸업했다. 이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1년부터 프린스턴대 교수로 몸담고 있다. 1990년에 설립된 프린스턴대 경제정책연구소의 공동소장도 맡고 있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 역외화 문제, 실업 등 실물과 통화정책에 관심을 갖고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은사이기도 하다. 정 전 총장은 그의 마지막 수업에서 블라인더 교수가 펴낸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를 교재로 사용했다. ▦1945년 뉴욕 브루클린 ▦1967년 프린스턴대 졸업(경제학 전공, 최우등 졸업) ▦1971년 MIT 경제학박사 ▦1971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1993~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경제보좌관 ▦1994~1996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 ▦주요 저서: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1998년) ▦미국에서의 다운사이징(2003년) ▦역외화:새로운 산업혁명인가(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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