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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광고로 再탄생한다
입력2003-08-17 00:00:00
수정
2003.08.17 00:00:00
연암 박지원 선생은 건륭 황제의 7순 잔치 축하사절단으로 청나라를 다녀와서 받은 쇼크를 `열하일기`에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 쇼크로 북학파의 리더가 된 그는 우물 안 개구리 격인 조선이 개명하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공용어로 써야 한다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이 상해를 다녀와서 받은 쇼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중국은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라고 하고, 한국은 자본주의 가면의 사회주의라고 한다. 지금과 같은 반기업 정서의 국민의식과 각종 규제를 둔 채 우리가 동북아 허브를 꿈꾸는 것은 황하의 강물이 맑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중국에는 “성공한 기업가 뒤에는 좋은 아내가 있고, 성공한 기업 뒤에는 좋은 광고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광고의 필요성을 터득한 중국인들의 선구안적인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5,000년 전 상인(商人)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최초의 국가 상나라가 주판을 만들었는가 하면 화폐와 수표를 개발한 것도 중국인이다.
중국관영방송 CCTV는 11개 채널 모두가 방송광고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상업광고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간광고, 간접광고 등에 거의 규제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미디어이지만 미디어의 튼튼한 버팀목이 광고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최근 방송위원회가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의 외압에 밀려, 방송법 개정안 중 방송광고의 시간 및 중간광고와 관련된 두 조항(87조 2항과 3항)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보였다. 이 두 조항이 광고시간 연장과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수순이라는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의 어디에도 중간광고 도입이나 광고시간 연장의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방송위원회도 “법 정비 차원에서 방송광고 관련조항을 모법에 옮긴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재 16.7%에 이르는 방송광고 비중을 20%가 넘지 않도록 상한 제한하는 것을 100% 늘리는 것으로 왜곡하며 반대하는 논객들도 있다.
이번의 방송법 개정안 발표와 광고조항의 철회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에 아직도 광고에 대한 알레르기적 거부반응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방송위가 세계적인 조류를 외면한 채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절차도 없이 본래 취지를 접어버리는 무원칙 또한 아쉽기만 하다. 아니면 이번 개정안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겉으로 관심은 광고 쪽으로 돌리고 다른 실속을 얻으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오늘날 광고는 단순히 마케팅 지원의 차원이 아니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 그 시대 삶의 궤적을 만난다. 광고는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예술이자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코드다. 지난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월드컵 응원열기도 어느 기업의 `Be the Reds` 캠페인 광고와 옥외광고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광고를 접하는 우리 시청자들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당한 기업활동의 일원인 광고를,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참아야 하는 `눈에 가시`로 여기는 것 같다. 좋은 프로그램은 광고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투입하는 재원만큼 광고효과를 얻어야 한다. 지금처럼 광고를 한꺼번에 묶어서 쏟아버리고 시청자들은 이를 외면하면 기업으로서는 허공에 돈을 날려버리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원하면서 광고는 거부하고 시청료 인상도 반대하면 이는 자본주의 논리가 아니다. 우리가 상업적 발언인 광고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만불 시대`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우리의 대표기업 삼성의 브랜드는 세계 25위에 13조원의 값어치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의 역할이 크게 뒷바침하고 있다. 모든 상품은 두 번 태어나기 마련이다. 공장에서 1차 제품으로 생산된 후 광고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브랜드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광고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동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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