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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문대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박막속 원자배열측정 '마이스' 개발'창문이 달린 방 안에 고무풍선이 떠 있다. 방 안은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풍선은 모두 몇 개일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방안에 불을 켜고 하나씩 세면 된다. 그런데 규칙은 불을 켤 수는 없게 돼 있다. 그렇다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다. '창문으로 탁구공을 아주 세게 던진다. 그리고 그중 몇 개가 풍선과 충돌해 되돌아 나오는지, 또 어떤 각도로 얼마나 세게 튕겨져나오는지 확인한다. 이를 거꾸로 계산하면 풍선이 몇 개인지 알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원의 문대원 박사에게 얇은 막(박막) 속의 원자는 풍선이고 풍선에 던지는 탁구공은 이온이다. 그는 탁구공(이온)을 원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 또 탁구공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튀어나오는지 정밀하게 잴 수 있다. 당연히 그 결과를 이용, 풍선(원자)의 개수와 무게ㆍ배열상태도 잘 알아 맞춘다. 이것뿐만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 풍선이 창문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지 아니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또 풍선의 무게도 잴 수 있다. 문 박사가 실제로 던지는 것은 이온. 그는 이온을 얇게 만든 막(박막)에 쏴 그 속의 원자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또 서로 작용하는 힘은 얼마나 센지를 척척 알아낸다. 문 박사는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개발했다. 문 박사가 만든 장비의 이름은 '마이스(MEISㆍMedium Energy Ion Scattering)'. "중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이온을 쏴 산란(튀어나오는)되는 것을 측정한다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 지었죠." 그런데 이온이 중간 정도의 에너지를 가졌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분류해놓은 기준일 뿐이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끔찍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마이스는 10만볼트로 가속한 수소나 헬륨 같은 이온을 사용한다. "눈으로 보면 물질은 꽉 차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러나 10만볼트로 가속된 이온입장에서는 허공이나 다름없어요. 원자의 에너지는 대부분은 핵에 모여 있어요.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 입장에서는 빈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온을 쏘면 대부분은 그냥 통과해버려요. 1만개 중 한 두개 정도의 이온이 산란 되는데 그것을 포착해서 각도와 속도(에너지)를 재야 합니다." 문 박사는 다른 나라에도 마이스와 같은 장비가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마이스만큼 튀어나오는 이온의 각도를 정확하게 재는 것은 없다. "마이스는 이온의 발사각을 0.05도까지 제어할 수 있고 에너지 손실과 산란각은 0.1% 이하로 정밀하게 측정해낼 수 있어요. 이를 이용해 박막 속의 원자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를 돋보기로 보듯이 알 수 있죠. 원자의 아주 얇은 막(초박막)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최근 반도체 성능이 높아지면서 점점 가늘게 만드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10나노(10억분의1㎙)급 공정 기술까지 등장한 상황. 이 같은 나노의 세상에서는 원자 하나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 원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것. "마이스는 사람의 눈을 대신해 나노의 원자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죠." 마이스는 다른 나라의 유사한 장비가 흉내내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응력을 잴 수 있다. 응력은 서로 다른 원자의 경계면에서 작용하는 힘. 문 박사는 또 마이스를 이용, 확산이 밀도 차이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응력을 줄이려는 방향으로도 나타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조회 시간 똑바로 줄을 맞춰 서 있는 초등학생 뒤에 고등학생을 세우면 어떻게 될까요. 고등학생은 아마 몸집이 커서 불편하기 하겠지만 한 두줄 정도는 초등학생에 맞춰 설 거예요. 그런데 세줄 네줄 더 서게 되면 초등학생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줄을 맞추겠죠. 그때 선생님이 앞줄에 맞추라고 하면 힘들지만 그렇게 할 거예요. 줄을 맞춰 서도록 하는 선생님의 힘이 바로 응력입니다." 응력은 산화막을 이용하는 반도체의 서로 다른 원자 경계면에서 반드시 생긴다. 이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삼성전자ㆍ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업체는 문 박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필립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같은 외국의 기업이나 학교에서 문 박사를 찾고 있다. 그는 국내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올라서고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초 과학기술이 선진국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을 해요. 그러나 어떤 분야는 선진국보다 앞서 있어요. 마이스가 그중 하나죠. 앞으로 나노 세계를 들여다보는 더 좋은 분석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약력 ▲52년 경남 진주 출생 ▲75년 서울대 화학과 ▲77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석사) ▲8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화학과(박사) ▲84~85년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 후 연구원 ▲77~80년, 85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2000~2001년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 초청교수 ▲한국 진공학회ㆍ대한화학회ㆍ대한물리학회 평의원 ▲ISO/TC201(표면 화학분석 기술위원회) 한국대표ㆍSC6/워킹그룹3 리더 ▲2000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취봉상 ▲2001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우수논문상 ▲부인 윤지희씨와 2녀 1남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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