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합니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취임 일성은 과감한 인사개혁으로 이어졌다. 현장중심으로 바뀐 LH의 인사 시스템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물리적 통합뿐 아니라 화학적 통합까지도 빠르게 안착시켰다. 수자원공사는 '공기업=철밥통'이라는 낡은 공식을 깨뜨렸다. 연공서열의 벽을 허물고 전직원의 보수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며 일 잘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점과제로 추진돼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발표에 나선 7개 기관 대표들은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합병 등의 하드웨어적 개혁을 넘어 인사개혁과 보수수준 조정, 과도한 복리후생 축소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를 발표하며 참가한 공기업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워크숍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범 이후 3년째에 접어든 올해는 그간의 구조개혁이 공공기관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발적ㆍ능동적 자세로 공공기관 선진화를 제도화해나가야 한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ㆍ확산시켜 공공기관 선진화 정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공서열 파괴, 줄서기 인사 철폐=LHㆍ한국거래소ㆍ한국전력공사ㆍ한국농어촌공사 등 17개 기관은 과감한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LH는 이중삼중의 객관적인 공개검증을 통해 무능력자ㆍ비리자ㆍ외부청탁자를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26개 부서장 및 139개 팀장급을 능력 있는 하위직에서 발탁하는 등 연공서열 파괴에 앞장섰다. 관광공사는 상급자가 하급자(팀장급 이상)를 선택하는 인사 드래프트제를 도입해 경쟁에서 탈락한 간부를 팀원으로 발령(2급 4명)했다. 경쟁탈락자 및 평가부진자에게 세 차례의 교육 및 복귀기회를 제공한 후 심사에서 최종 탈락하면 직권 면직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은 "메기 한 마리가 미꾸라지를 건강하게 한다"는 속담을 들며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소는 파격적 인사쇄신(임원 50%, 부서장ㆍ팀장 40% 교체)과 함께 부하직원선택제를 도입하는 한편 현장 중심의 인사관리를 추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력공사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 과거 한 달 이상 걸리던 1,000여명의 인사를 단 일주일 만에 끝낼 정도로 인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공개보직경쟁 시스템도 도입해 능력 위주의 인사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지역난방공사는 직급과 직위를 분리해 전직위에 대한 전면적 직위공모제를 제도화한 뒤 상위직급 보직 공개경쟁원칙을 세웠다. 가스안전공사는 성과평가제로 간부인사를 시행해 리더십 평가제도를 전직급에 도입했다. ◇신의 직장, 철밥통은 옛말=과거 공기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능력과 관계없는 많은 급여'였다. 수자원공사와 철도시설공단 등은 이러한 편견을 과감하게 부수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29일 노사합의를 통한 호봉 테이블 폐지, 직무급 도입(20%) 등을 통한 직무ㆍ성과 중심의 연봉제를 도입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2급 이상→전직원) 및 성과 연봉 차등폭(20→10% 이상) 확대를 통해 성과연동형 보수체계를 구축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자산관리공사만의 색깔을 가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우수한 인력의 낭비를 막았다. 직원들이 맡은 역할과 성과 중심의 캠코형 임금피크제는 최근 민간기업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합리적 노사관계 모델 제시=철도공사는 지난해 말 노조의 불법파업(2009년 11월26일~12월3일)에 대응해 무관용의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석유공사는 조합원 의사대로 노조에서 탈퇴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간부 전보시 노조 사전동의를 삭제하는 등 단협을 개선해 노사관계 합리화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도로공사는 노사공동 경영효율화를 선언하는 등 불합리한 단협을 개정했고 KOTRA는 노조전임자 축소, 직급 하향조정 추진 등으로 비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개선했다. 한국감정원은 임금 2%를 반납하고 영구적으로 5%를 삭감하는 한편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등 고질적인 병폐였던 노사 간 갈등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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