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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헌재가 남긴 것들

김영기 기자<경제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떠났다. 개인적으로 이 부총리가 억울하다고 여길 만한 여지는 많아 보인다. 율산 파동 등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도덕적 알레르기’를 보여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부동산투기라니. 마지막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그는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섭섭함을 강하게 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못마땅해도 여론은 여론이고 그 단초를 제공한 것도 이 부총리 자신이다. 그 자신도 사임사에서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헌재’가 떠난 지금 지난 1년이 넘는 부총리 재임기간 동안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부총리는 취임 직후 ‘기업 부민(富民)’을 외쳤다. 강한 기업가정신만이 21세기 한국을 살릴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이헌재의 경제철학은 참여정부의 서슬 퍼런 개혁풍토 속에서 기업가들에게 실오라기와 같은 기대감을 품게 해줬고 그의 레토릭은 시장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줬다. 때문에 외신은 그의 퇴진을 ‘경제 수장의 상실’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 이헌재’를 추억만 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는 않다. 그는 사임사에서 “경제현실과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한계적 접근과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며 “경제정책도 선진경제에 걸맞은 고품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장을 다뤄나가려면 정책을 다루는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의 이 짧은 어귀는 남은 경제주체들이 해야 할 일을 함축하고 있다. 부총리에게 덧씌워진 ‘부동산투기’라는 오명이 아직 깨끗이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남긴 경제정책의 철학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총리는 재임기간 ‘따뜻한 시장경제’와 ‘고령화 현상’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 우리 경제에 남은 시간은 15년뿐이라는 말도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이것은 이제 후임 경제 수장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이 부총리가 ㈜대한민국의 든든한 경제 원로로 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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