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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2월 10일] 갈등 DNA

어느 사회 어느 나라고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고 각각의 이해관계가 늘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우리 국민에게 갈등의 DNA가 다른 어떤 민족보다 많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민족성 모독으로 욕먹을 일이겠으나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하도 답답해서 그렇다. 국가 주요현안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은 도를 넘어서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시, 4대강사업만이 아니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 노동현안도 마찬가지다. 둘은 넷, 넷은 예닐곱으로 분열 여야, 노사 등 태생적으로 대립관계인 집단이야 그렇다 쳐도 같은 길을 걷던 사람들끼리도 치고받는다. 둘이 서넛으로, 서넛은 다시 예닐곱으로 찢어져나가고 있다. 여당은 세종시를 두고 친이ㆍ친박으로 나뉜 데 이어 친이 쪽에서도 혁신도시 지역 출신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도 자리를 내던지며 강력히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럴 일이 아니라며 수정안에 기우는 사람들로 갈렸다. 야당도 다르지 않다. 수정안 결사반대를 외치는 자유선진당에서는 최근 한 의원이 원안 추진은 재앙이라며 당론과 반대 깃발을 들었다. 민주당은 4대강사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예산 삭감을 벼르는 등 공격의 날을 세우지만 자당의 광주ㆍ전남 지역 광역단체장들은 기공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과 4대강사업을 칭송했다. 노동현안은 다행히 노사정 합의로 고비를 넘겼지만 합의안 도출 전후 과정의 갈등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노ㆍ사ㆍ정ㆍ여당이 서로 맞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노 간, 기업 간, 정부ㆍ여당 간에도 서로 찢어져 파열음을 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또 등을 돌렸고 한국노총도 내부 이견으로 부글거린다. 기업 간 갈등은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총 탈퇴로 이어졌다. 노동부와 여당은 원칙대로 시행과 조건부 유예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쯤 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이다. 이렇게 같은 편끼리도 쩍쩍 분열되다 보니 이제 어느 쪽이 옳은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노동현안만 해도 그렇다. 타결 직전까지 유예불가를 외치던 노동부는 결국 입장을 바꿨다. 시행이 미뤄지면 큰 일이 날 것처럼 말하더니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협상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고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에 이른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의 신뢰가 떨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갈등의 원인은 공동체보다 개인과 소집단 및 지역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갈등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며 순기능도 있다. 적당한 갈등은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정(these)-반(antithese)-합(synthese) 논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불필요한 국력 낭비 등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갈등 비용이 30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허경호 경희대 교수)도 있다. 내년 예산의 1.5배,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는데도 우리는 의식조차 못하며 점점 더 깊은 갈등의 골로 빠져들고 있다. 발전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없나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민과의 대화 후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세종시와 4대강 문제와 관련해 갈등이 생겨 가슴 아프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앞서가려고 경쟁하는데 국내는 갈등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안타까움과 우려를 나타냈다. 세종시 원안 추진 공약에 대해 부끄럽고 후회된다며 사과하고 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진정성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답답함을 표시한 것이다. 마음이 무겁기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갈등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할 길은 없는 것일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세상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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