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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건강한 육체와 정신
입력2005-07-14 16:54:32
수정
2005.07.14 16:54:32
몸과 마음의 건강 균형 이뤄야
현대처럼 인간의 문명이 가장 풍요롭게 발전했던 시대로 고대 로마의 전성기를 꼽는다. BC 5세기부터 기원전후 1,000년간 지중해 연안을 장악했던 서양사 최대의 이 제국은 거칠 것 없는 힘을 바탕으로 오늘날 서양문명을 대표하는 여러 문화와 문명의 꽃을 피웠다. 유베날리스(Juvenalis)는 2세기초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대표적 풍자 시인이다. 당대의 부패 권력과 사회상을 풍자한 ‘풍자시집’을 남겼다.
유베날리스가 남긴 어록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캐치프레이즈는 사실 한 시대의 풍자시인이 남긴 말로서는 좀 어폐가 있다. 연구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말은 본래 시인이 의도한 바와는 달리 전해졌다고 한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경마 격투기 같은 사행적이고 폭력적인 스포츠가 행해졌고 로마 시민들은 열광했다. 지적인 유행보다 사치와 힘의 경쟁이 앞서는 시대였다. 풍자시인은 이런 로마를 지켜보다 못해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건장한 육체에 정신까지 그랬으면’하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시인의 본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로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비판적 풍자 시인의 충고마저 당대의 쾌락주의자들을 위한 말로 이용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후세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격언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이 (왜곡된) 말이 적잖은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적으로 절정기를 거쳐 쇠퇴한 나라들을 보면, 흔히 육체와 정신이(즉 文과 武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정치가 무력을 가진 사람들의 힘에 좌우되는 사회는 지나치게 단순해져서 온화하고 자상한 배려가 줄어들고 지나친 효율주의가 백성을 억압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반대로 세상의 가치가 지나치게 ‘머리’로 쏠린 시대에는 문신들의 거만하고 간교한 꾀가 백성을 속이고 진위를 가리기도 어려운 논리들이 백성을 어지럽게 했다.
아이들에게 머리(지식)만 강요해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고 사원들에게 머리만 요구해서는 회사가 발전하기 어렵다. 지방의 한 기업이 사원들에게 마라톤을 하면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머리만 중시하는 요즘 사회풍토 속에선 돋보이는 정책이라 여겨진다.
이은주ㆍ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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