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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의 힘 벤처캐피털] 3) 위기에 강한 美벤처캐피털

과감한 변신통해 침체수렁 넘는다프로는 역시 위기에 강했다. 세계경기 침제와 기술주 몰락의 진원지인 미국. 그중에서도 실리콘 밸리는 이미 심한 몸살을 겪고 있었다. 산타클라라 지역 실업률이 7.6%를 돌파했으며 가는 곳마다 감원 태풍이 불고 있었다. 침체의 끝을 모른다는 것이 이들을 더욱 불안케 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들은 의외로 태연했다. 속으로는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었지만 누구도 시장을 원망하거나 정부나 정책에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합병, 펀드 해체, 펀드운용 수수료 삭감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기업공개 직전 기업 보다는 초기기업 발굴과 지원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속절없는 폭락장 속에서도 벤처캐피털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체감온도는 우리보다 분명 더욱 낮았다. 우리가 감기에 걸린 수준이라면 실리콘밸리는 이미 독감에 몸살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 산타클라라와 산호세 지역을 남북으로 가르는 101번 고속도로 옆. 실리콘밸리에서는 보기 드문 한 고층건물에는 옆 건물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간판 만큼이나 큰 '임대중(Now Leasing)'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인텔, 텍사스인스투루먼트, 노벨, 시스코 등 세계적 유수 IT기업 R&D센터가 모여있는 거리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 꼴로 임대 입간판이 지나간 버블을 비웃듯 서 있었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정장을 한 기자를 보고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정장을 하고 다니면 직장을 잃고 잡(Job) 인터뷰를 다니는 사람으로 오해 받기 딱 알맞다"고 농담을 던졌다. 버블 당시 낮에 청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으로 간주했던 때와 너무나 달라진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실제로 산타클라라 지역에서만 2000년말부터 최근까지 11만명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다. 윤승용 KTB벤처스 대표는 "업체당 대략 30~40%의 감원이 이미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이어 9분기나 벤처투자 규모와 펀드결성 규모가 감소하고 있었다. 올 2ㆍ4분기 미국 전체의 벤처투자 규모는 약 60억달러. 1ㆍ4분기의 64억4,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소폭 줄었지만 지난 2000년 1ㆍ4분기의 약 295억달러와 비교하면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규 펀드조성 상황은 더욱 나쁘다. 올 2ㆍ4분기 벤처투자를 위해 결성된 펀드규모는 18억달러. 지난 1ㆍ4분기 17억달러에 비해 늘었지만 지난 2000년 1ㆍ4분기의 173억달러에 비교하면 고작 10%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구조조정을 위한 펀드결성 규모는 상대적으로 커졌다. 올 1ㆍ4분기 58억달러에서 2ㆍ4분기 62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물론 전년동기의 110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벤처투자 펀드결성 규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늘고나고 있다. 기업 발굴 및 심사도 더욱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우리 벤처캐피털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와 너무나 달랐다. 먼저 미국 벤처캐피털은 결성된 기존 펀드를 해체하거나 펀드운용 수수료를 스스로 깎고 있었다.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액셀파트너는 14억달러 펀드중 최근 4억5,000만달러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줬다. 실리콘밸리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KP) 1억6,000만달러, 어스틴벤처 6억7,000만달러 등 지난 1ㆍ4분기 동안에만 투자자들에게 반환된 펀드 규모만 5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상당수 벤처캐피털들은 통상 3%에 해당하는 펀드운용 수수료도 각사 또는 펀드별로 0.5~1%씩 삭감했다. 중소형 벤처캐피털들은 아예 합병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개점휴점 상태로 있기 보다는 합쳐서라도 투자가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어 그들의 닫친 주머니를 열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피투자업체에 대한 지원을 그 어느때 보다 강화하고 있었다. 선별작업에서 통과된 피투자업체에 대해서는 전방위 밀착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유동성 확보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로 투자를 유치한 국내 출신 벤처 K사장은 "일반적인 경영ㆍ법률ㆍ재무회계 부문 지원은 몰론 심지어 저렴한 임대연구실과 이사 대행업체까지 물색해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들은 버블 때보다 더욱 바쁘다. 이에 따라 나스닥 폭락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벤처들의 시장가치는 호황기였던 지난 2000년보다 더욱 높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고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은 16개사. 지난해 상반기 37개사에 비해 급감했고 공모금액도 16억4,850만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공개후 평균 기업가치는 5억1,3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의 3억5,320만달러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윤승용 KTB벤처스 대표는 이에 대해 "나스닥의 효율적인 퇴출제도로 등록기업 수 자체가 준 것도 주효했지만 벤처캐피털들의 선별적 투자, 전방위적 지원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초기투자에 더욱 주력하는 점도 우리 벤처캐피털들과는 너무나 다른 점이다. 올 2ㆍ4분기 동안 신규로 조성된 펀드중 초기단계(Seed and Early Stage) 투자펀드 비중은 약 28%. 이는 지난 1ㆍ4분기의 17.6%보다 높은 수준이며 2000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결성 규모가 줄수록, 시장상황이 나쁠수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우량한 초기기업을 발굴해 적극 투자하기 위해서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최근 두 가지 속담을 다시 되새기고 있다. 버블의 후유증을 달게 받겠다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하나고, 버블은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으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의미의 '칠면조도 바람이 세게 불면 날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다. 조충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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