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승승장구하던 일본 증시가 최근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해외펀드투자가들의 눈길이 일본에서 동남아시아와 북미ㆍ유럽 지역 등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 주식형 펀드에는 올 들어서만 1,78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동남아 주식형 펀드에는 896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북미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139억원 순유출됐다.
연초 후 일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5.43%로 모든 유형의 펀드 중 가장 높다. 다만 최근 1주 동안 수익률은 일본 증시의 조정으로 -2.66%를 기록해 해외주식형 중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동남아ㆍ북미ㆍ유럽 주식형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일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해도 상당히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동남아 주식형 펀드는 19.82%, 북미 주식형 펀드 16.84%, 유럽 주식형 펀드 13.02%로 해외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1.75%)을 훨씬 웃돌았다.
다만 일본 주식시장은 올해 인기가 가장 좋았고 현 시점에서 수익률도 가장 높지만 최근 지수 급락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고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일본 주식시장보다 동남아ㆍ북미ㆍ유럽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증시는 지난 23일 7.3%나 폭락한 데 이어 27일에도 2% 넘게 빠지는 등 급등에 따른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양재진 미래에셋증권 WM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일본 주식시장이 갈 때까지 간 것이 아니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일본 주식시장이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도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단기 투자 정도만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경향을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동남아시아 등 수익률이 많이 오른 지역에 대한 투자 문의는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주식 시장이 전고점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자들의 곁눈질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전고점을 단기간에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례적인 강한 조정으로 유럽과 아세안(ASEAN) 국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재분배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고 분석했다.
개별펀드로 살펴보면 연초 후 일본 주식형 펀드 이외에 해외주식형 펀드 중에는 아세안ㆍ인도네시아 펀드, 북미 주식형 펀드들이 2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주식]은 운용설정액이 98억원에 불과하지만 연초 후 28.4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5년 수익률(119.58%) 등 전 기간에 걸쳐 플러스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아세안자 2[주식] 역시 연초 후 28.16%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밖에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A[주식](25.27%), KB아세안 자(주식)(23.98%) 등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북미주식형 펀드 중에는 JP모간미국대표(주식-재간접)(23.03%), KB스타미국S&P500인덱스 자[주식-파생](21.08%),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상장지수[주식](20.25%) 등이 연초 후 20% 이상의 성과를 나타냈다.
펀드 전문가들은 해외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경제지표 개선이 가시화된 국가 위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증시의 하락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일본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동남아ㆍ유럽ㆍ북미 지역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에 출구전략 이슈가 제기되며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환변동성이 흔들릴 수 있어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펀더멘털이 튼튼한 이머징 국가 위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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