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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11일] 금융 대계 흔드는 '人治, 린치'
입력2010-01-10 16:12:43
수정
2010.01.10 16:12:43
지난해 말 국내 한 은행장은 기자와 만나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나도 금융인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만 앞으로 시중 금융그룹 중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쫓아갈 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뗐다.
아무리 사석이라지만 내로라하는 은행의 사령탑이 다른 업종도 아닌 동종업계 경쟁사를 이토록 칭찬하다니. 하지만 곧 이어진 그의 말에 기자의 의아함은 풀어졌다.
그는 "내 말은 신한지주나 신한은행의 경영인 실력이 다른 은행보다 월등히 낫다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지난 세월 정권이 바뀌고 금융업계 내부적으로도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신한은행이나 신한지주만큼은 경영층에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금융지주를 특정해서 호평한 게 아니라 금융사의 안정된 경영지배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던 셈이다.
기업이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큰 틀의 대계를 짜고 이것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면 경영인은 바뀔지언정 경영철학은 일관성 있게 승계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을 보면 정치적 외풍을 탈 때마다 사령탑이 흔들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백년을 바라보는 경영철학ㆍ경영전략의 흔들림 없는 실천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 은행장은 "은행장이나 주요 임원이 외풍을 타고 오면 전임자가 세웠던 중장기 계획이나 핵심사업은 원점 재검토 되기 십상"이라며 "이래서는 선진국 수준의 금융기관을 키울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지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 초까지 끊이지 않는 전ㆍ현직 KB금융지주 경영인들의 수난을 지켜보는 기자의 귓전을 맴돌고 있다. 벌써부터 여권 최고위층과 가까운 누구누구가 사실상 차기 KB지주 사령탑의 물망에 안배됐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아마 그를 빈 자리에 앉히면 관치라는 명분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망정 권력자의 '인치'라는 멍에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더불어 그것은 장기 전략을 세우고 그 실천을 위해 소신경영을 해야 할 우리 금융인들에게 '린치'가 될 것이다. 부디 금융당국은 백년대계를 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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