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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와 두 대통령 후보
입력2002-12-06 00:00:00
수정
2002.12.06 00:00:00
미군 장갑차에 사망한 두 여중생을 애도하는 광화문 촛불 추모시위의 열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추모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린 서로 다른 선택이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후보는 7일 오후에 예정된 경북 선거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작스레 이날 저녁 광화문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 후보는 6일 아침에는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지방분권 대국민 협약식에서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에 애도를 표하며 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무죄 석방한 미군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후보는 "재판 결과를 바꾸는 일보다는 (이 같은 결과를 낳은) 불평등한 SOFA를 개정하고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는 것이 더 근원적이고 시급한 일"이라는 대답으로 민감한 쟁점은 피해 나갔다. 노 후보는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얘기가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도 명쾌한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SOFA 개정과 미국과의 불평등한 외교 관계에 대한 노 후보의 그 동안 발언을 보면 노 후보가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그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미 관계에서 보수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던 이 후보가 갑작스레 SOFA 개정 운운하며 촛불시위에 참석한다고 설치는 것은 대중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populism)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기자는 이번 촛불 시위를 정치적인 것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꽃다운 나이의 여중생이 장갑차 바퀴에 희생당한 그 비극을 애도하는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 후보의 태도에는 석연찮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웃집 여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희생당한 것에 대해 '평소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굳이 바쁜 내가 조문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망자와 그 가족이 이해해 주겠지'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홍병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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