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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궁색한 '부자 증세' 불가론


'버핏세'로 시작된 부자 증세 바람이 국내에도 상륙할 모양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미 추가 감세를 철회한 데다 증세의 실익이 없다며 반대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버핏세는 워런 버핏이 지난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부자가 중산층보다 세금을 적게 부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의회에 제출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5대 원칙 중 하나로 버핏룰(Buffet Rule)을 제시하면서 세계적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가구가 받는 각종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줄이자는 게 골자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검토를 오바마 정부는 자본이득세율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이득에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는 1년 이상 보유시 최고 세율이 15%로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본이득세 세율은 1978년 이전까지만 해도 근로소득세와 같은 수준인 최고 35%를 유지했지만 카터ㆍ레이건ㆍ부시 행정부 등에서 28%, 20%, 15%로 낮췄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맡은 로라 단드리아 타이슨 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2002~2007년 소득불균형 원인의 80% 이상이 가구별 자본이득에 따른 것이며, 포브스 선정 미국 부자 상위 400명이 자본이득세의 60%를 낸다고 분석했다. 소득불균형을 줄이고 재정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자본이득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초 버핏세는 정두언 의원 등 당내 쇄신파로 불리는 의원들이 주장했다가 재계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되는 듯했으나 지난 22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가진 자들이 자기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양보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버핏세'의 골자인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조정할 것 등을 주장해 재점화됐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은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이미 지난해 9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현행 4단계인 과세표준에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0%의 최고세율을 매기도록 했다. 이제 부자 증세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세제를 어떻게 변경시킬 것이냐는 부분은 단순히 8,800만원 이상 되는 새로운 구간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대부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지만 우리는 증권시장 육성을 명목으로 과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단타매매ㆍ과도한 증시의 지나친 출렁거림을 최소화하려면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형식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적정 소득세율 40%" 분석도 물론 "최고세율을 35%에서 40%로 올리고 지방세와 사회보험료 등을 더하면 실질세율이 50% 가까이 된다. 100원을 버는데 50원 이상 누가 가져간다면 일하고 싶은 의욕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얼마나 세수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과 투자 의욕, 근로 의욕, 저축 동기를 떨어뜨리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9월 한나라당의 제동으로 세법개정안에서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추가 인하를 철회했다. 여기에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면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소득세 개편은 '서민감세ㆍ부자증세'로 귀결된다. 그래서 'MB노믹스'의 상징적 정책인 감세 기조를 거둔 정부가 부자증세 요구에 대해 '불가론'을 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국의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가 적절한 소득세율로 40%를 제시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FS는 소득세율을 50%로 너무 많이 인상하면 소득을 숨기거나 세금을 덜 내는 나라로 떠나는 부자가 나올 수 있고 세금을 걷는데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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