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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독사 이유 놓고 밀양 송전탑대책위-경찰 공방

765㎸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는 마을의 주민 유한숙(71) 씨가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은 이유를 놓고 밀양 송전탑 대책위와 경찰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집 근처를 지날 예정인 송전탑 때문에 유씨가 음독했다는 대책위 주장에 경찰은 송전탑 외에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맞섰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7일 유씨의 분향소가 차려진 영남종합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씨가 송전탑 문제로 고뇌하다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회견에는 송전탑이 지나는 밀양 4개 면의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유 씨가 지난 11월 자신의 집과 농장이 송전선로에서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크게 낙심했다”라며 “양돈 농장을 처분하려고 부동산을 내놨지만 송전탑 경과지라는 이유로 거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유 씨가 지난 4일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병실에서 만났을 때에도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걸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음독 전후 사정과 숨지기 이틀 전 대책위에 전한 말로 판단할 때 송전탑 때문에 유씨가 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한국전력이 사죄하고 송전탑 공사를 중단한 뒤 반대주민들이 요청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도 입장을 같이한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대책위의 이런 주장에 밀양경찰서는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 돼지 값 하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씨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선을 그었다.



경찰은 우선 유 씨가 평소에 술을 마신 후 버릇처럼 “죽겠다”는 말을 한 번씩 했고 음독 당일에도 온종일 소주를 3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돼지가격이 하락하고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족이 동의한다면 유씨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경찰관과 음독현장에 있었던 유족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자료도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음독 현장에 있던 가족들이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최초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2일 오후 8시 50분께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자신의 집 부엌에서 농약을 마신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흘 만인 6일 새벽 3시 50분께 숨졌다.

유 씨의 집과 농장은 117~118번 송전탑이 들어서는 곳과 수백m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유 씨의 사망이 자칫 지난 10월에 어렵게 시작한 공사가 중단하는 원인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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