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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스러진 영화계 거목 베리만·안토니오니

인간의 영혼·삶 되새겨준… 위대한 예술가이며 철학자

잉마르 베리만의 ‘제 7의 봉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월식’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스러진 영화계 거목 베리만·안토니오니 인간의 영혼·삶 되새겨준… 위대한 예술가이며 철학자 hjpark@koreatimes.com 잉마르 베리만의 ‘제 7의 봉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일식’ 지난달 말 세계 영화계의 두 거목인 스웨덴의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 89)과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94)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두 감독은 인간의 영혼과 내면에 천착한 위대한 예술가요, 철학자들이었던 이 둘이 남기고 간 공간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메워지지 못 할 것이다. 영혼과 삶과 죽음 그리고 신앙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던 베리만에게는 ‘신앙 3부작’이 있다. 요양소에서 퇴원한 정신병을 앓는 여인과 그의 남편, 그리고 아버지와 남동생을 그린 ‘어둠의 유리를 통해서 (Through a Glass Darkly 1961)’. 믿음에 대해 회의하는 작은 마을 신부의 얘기인 ‘겨울 빛 (Winter Light 1963)’. 북구의 한 도시에서의 좌절감에 빠진 동성애자와 어린 아들이 있는 자유연애를 구가하는 어머니인 두 자매의 삶을 그린 강렬한 드라마 ‘침묵 (The Silence 1963)’ 등이 그것이다. 필자가 권하고 싶은 베리만의 다른 두 영화는 십자군 전쟁서 귀향하는 기사와 죽음의 체스 게임을 하는 삶의 문제를 묻는 ‘제7의 봉인 (The Seventh Seal 1956)’. 그리고 어린 시절에 관한 눈부시게 화려하고 풍요로운 197분짜리 베리만의 자전적 드라마 ‘화니와 알렉산더 (Fanny and Alexander 1983)’다. 베리만과 안토니오니는 모두 고독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베리만에게 ‘신앙 3부작’이 있듯 안토니오니에게는 ‘고독 3부작’이 있다. 안토니오니는 전후 이탈리아 중상류층의 영혼 없는 남녀들의 고독과 권태, 안일과 대화 부재, 소외와 감정의 황폐화를 미니말리즘 수법으로 보여줬다. 셋 중 첫 번째가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라벤투라 (L’Aventura 모험 1960) ’. 나머지가 ‘라 노테 (La Notte 밤 1961) ’와 ‘레클리세 (L’EClisse 일식 1962)’이다. 필자는 지금도 고교시절 서울 명동극장에서 알랑 들롱과 모니카 비티의 짧은 사랑의 이야기 ‘일식’을 봤을 때 느꼈던 경이감을 잊지 못하고 있다. ‘라벤투라’와 ‘라 노테’ 역시 권태와 고독, 대화부재와 감정의 황무지들이 병적일 정도로 게으르게 묘사된 영화다. 안토니오니의 많은 영화들은 결말을 맺지 않고 끝이 나는데 그런 의문 부호가 바로 우리의 인생이어서 마음에 든다. ‘고독 3부작’에는 모두 안토니오니의 애인이었던 비티가 나온다. 비티는 허여멀건 얼굴에 어딘가 먼 곳을 바라 보는듯한 눈을 지닌 정신 나간 여자 같아서 고독과 감정 부재와 권태의 상표처럼 느껴진다. 안토니오니는 대사보다 카메라로 말 하는 사람이어서 그의 영화는 영상미가 빼어나다. 특히 그는 나른한 고독과 권태의 속성을 ‘롱 테이크(long take)’로 묘사했고 황량한 풍경과 텅 빈 화면 구성으로 감정의 불모 상태를 그린다. 안토니오니의 영화로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그의 첫 번째 영어영화 ‘블로업(Blowup 1966) ’. 우연히 살인장면을 찍은 영국패션 사진 작가의 이야기인데 매우 상징적이요 애매 모호하다. 그의 70년대 걸작은 ‘패신저 (The Passenger 1975)’다. 잭 니콜슨 주연으로 자신의 삶으로부터 탈출하려는 한 개인의 무모한 노력을 염세적으로 그린 실존주의적 스릴러다. 안토니오니의 영화는 느리고 지적이요 또 애매해 대중적이지 않지만,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만한 명제들을 다루고 있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ㆍ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입력시간 : 2007/08/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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