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먹고 여친과 영화관 갔다가 '기겁'
비싸도 너무 비싼 ‘영화관 물가’… 이젠 ‘등골 브레이커’코스음료ㆍ팝콘, 인터넷몰ㆍ마트 보다 최고 3~4배 비싸주말에 영화보며 데이트하면 5만원 훌쩍
연승기자ㆍ이지윤ㆍ박다솔 인턴기자 yeonvic@sed.co.kr
# 취업 재수 끝에 올 초 입사한 김동진(29세)씨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마음껏 보며 데이트를 즐기자고 마음 먹었다. 취업 준비생 시절에는 각종 할인 카드를 활용해 계산하고 조조할인 되는 영화만 보여줘서 내심 미안했었다. 그런데 영화도 보고 간식도 먹으며 데이트를 하려 했던 소박한 꿈은 비싼 영화관 물가에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오늘부터 주말 관람료가 1,000원 더 올라 부담이 커졌다. 주말 아이맥스로 보면 관람료 인상 전이 1인당 17,000원이었다. 인상 후면 18,000원이 된다. 둘이 보면 36,000원이다. 일반 영화를 본다 해도 2인 관람료만 20,000원이다. 간식까지 먹게 되면 극장에서 데이트하는 비용만 50,000원에 육박한다.
14일부터 CGV 일부 매장에서 주말 관람료를 1,000원 올려 10,000원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걱정과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CGV 불매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팝콘으로도 폭리를 취하면서 관람료까지 올리냐” “주말 관객은 확보가 되니 인당 1,000원씩 더 받으면 앉아서 돈 버네” “시설이나 좀 개선하든지”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음료는 인터넷쇼핑몰보다 최고 3배 비싸고
개별 팝콘 가격도 마트 등보다 4배 이상 비싸
특히 소비자들의 불만은 인상된 관람료에 한하지 않는다. 유난히 비싼 ‘영화관 물가’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편의점, 마트 등보다 최고 3배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의 모 영화관에서는 비타민 음료 2,500원, 미네랄 워터 2,000원, 헛개 음료 2,500원, 옥수수 음료 2,000원, 오렌지 주스 2,000원에 판매 되고 있다.
반면 이마트에서는 비타민 워터가 1,700원, 미네랄 워터가 1,200원, 헛개 음료가 1,300원, 옥수수 음료는 1,200원이었다. 인터넷 오픈 마켓 G마켓에서는 같은 품목이 이마트보다도 저렴했다. 특히 헛개 음료는 850원으로 영화관 매점 판매가격보다 약 3배가 쌌다.
심지어 물가가 비싼 편에 속하는 편의점도 극장 매점보다 음료 가격이 500원정도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타민 음료, 미네랄 워터, 헛개 음료가 2,000원이었으며, 옥수수 음료는 1,500원, 오렌지 주스는 1,950원이었다.
또 영화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간식인 팝콘과 나초도 간식이라고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음료 두 잔, 나초, 오징어로 구성된 패밀리 콤보 세트는 19,000원으로 콤보 세트 중에 가장 비쌌다. 콤보 세트 중 가장 저렴한 제품도 9,5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웬만한 식사 한끼 가격을 웃도는 금액이다.
콤보뿐 아니라 팝콘과 나초 개별 가격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팝콘(L사이즈 110g)이 극장에서는 5,000원인 반면 마트에서는 100g이 1,176원,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는 100g이 1,180원이다. 나초는 영화관에서 96g이 3,500원, 마트에서는 100g이 990원, 오픈 마켓에서는 100g이 665원이었다.
팝콘 사이즈 업그레이드 가격도 소비자들이 납득하기엔 어려웠다. 40g짜리 미디움(M) 사이즈 팝콥의 가격은 4,500원인데 이보다 약 2.7배 많은 110g짜리 라지 사이즈와의 가격 차이는 겨우 500원이다. 게다가 영화관 매점에서는 500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미디움 사이즈에서 라지 사이즈로 업그레이드가 된다. 40g 들이 미디움 사이즈 팝콘 세 개를 사면 총 용량은 120g이 돼 라지 사이즈 한 개를 산 것보다 10g정도밖에 많지 않지만 가격은 껑충 뛰어 13,500원으로 라지 사이즈 가격인 5,000원보다 무려 8,500원이 비싸다. 10g이 무려 8,500원이라는 가격 차이를 만든다.
영화관 체인 업체인 C사는 최근 지난해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1.3%, 3.8% 증가한 6,645억원, 722억원. 순이익은 88.4% 증가한 727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C사의 실적 중 눈에 띄는 부문이 있다. 바로 매점 사업 매출이다. 팝콘이나 음료 등을 판매해 발생하는 수익이다. 지난해 이 사업 부문에서 올린 매출은 약 1,140억원으로 전년보다 27.2% 급증했다. C가 매점 사업에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C사는 지난해 팝콘 가격을 500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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