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는 19일 파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절차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조정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중노위는 조정중지를 선언했다. 중노위의 한 관계자는 “노사가 절충점을 보이면 조정연장을 시켜보려 했지만 양측이 서로 불신하고 입장이 갈려서 조정중지로 최종 결정 났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으로 5,000여곳에 달하는 1ㆍ2ㆍ3차 협력업체들은 은행과 보증기금 등 금융권에서 경영안정화 자금 확보에 여념이 없다. 경주 외동에 있는 1차 협력업체 A대표는 “올해 벌써 넉 달이나 이어진 주말특근 거부로 손실액만 200억여원에 달했다”며 “(금융권에) 융자를 받아 경영에 겨우 숨통을 틔웠는데 또다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기초체력이 튼튼한 편인 1차 협력업체의 사정은 2ㆍ3차 협력업체에 비해 낫다. 현재 2ㆍ3차 업체들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다. 울산 북구의 2차 협력업체 B대표는 “모기업과 거래비중이 높은 2ㆍ3차 협력업체들은 공장가동 중단을 고민해야 한다”며 “올 상반기 특근 거부로 입은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거래하는 영세업체들은 거래가 끊겨 생존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협력업체의 한 직원은 “영세업체들은 파업으로 조업중단, 직원 급여 정산 지연 등의 문제에 빠질 우려가 높다”며 “노조가 파업을 해도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더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사지로 내몰리는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라도 노사가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사회도 노조의 파업에 볼멘소리를 냈다.
울산공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5)씨는 “파업은 우리 같은 영세상인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 이후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파업은 정말 문을 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노조 내 7개 계파 간 ‘선명성’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역 노동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9월 말로 현 집행부 임기가 끝나고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각 계파 간 노조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과거에도 노조 집행부 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항상 고강도의 파업이 이뤄졌다. 지역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재선을 노리는 현 집행부가 타 계파와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선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해 성과를 제시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각 계파는 차기 집권을 위해 온갖 요구조건을 내놓고 파업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해 회사가 생산손실을 보면 협력업체는 이보다 더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치킨게임을 끝내지 않으면 노사 모두 공멸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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