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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피해 우려에 서둘러 '극약 처방'

■ 대한항공에 긴급조정권 발동<br>"파업 장기화땐 수출 차질등 파장 심각" 판단<br>올해만 2차례 발동…勞政관계 악화 불가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돌입 4일 만에 정부의 강제개입으로 중단됐다. 정부는 연말 수출 차질과 항공이용 성수기의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교섭중단을 선언하자 즉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단 2차례밖에 없을 정도로 ‘극약처방’으로 간주돼온 긴급조정권이 올 들어서만 2차례 발동돼 앞으로 노ㆍ정관계에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 ◇경제피해 우려 강공 드라이브=노동부는 대한항공이 수출입 화물의 48%, 국제여객 41%, 국내여객 65%를 차지할 정도로 항공수송 분담률이 높아 조기에 긴급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파업으로 총 1,174편의 항공편 가운데 723편이 결항돼 승객 9만8,000명, 화물 7,130톤의 수송차질이 발생했다”면서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연말에 첨단제품의 수출차질이 우려된다”며 긴급조정 발동의 배경을 밝혔다. 김 장관은 7~8월 아시아나항공 파업에 비해 대한항공 파업이 미치는 경제피해가 5~6배에 달해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여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여름 휴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파업 이후 25일간 노사교섭을 지켜본 뒤 긴급조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한항공의 경우 화물 운송 분담률이 높아 파업이 길어질 경우 반도체,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제품 수출 차질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 조기 진화에 나섰다. ◇노사 불신 사태악화 부채질=정부의 강제개입이 임박함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상호불신으로 대한항공은 정부의 강제개입으로 인한 사태종결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부는 파업돌입 이전부터 강경대응을 예고해왔다. 항공 부문을 관할하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노조의 파업 돌입 전날인 7일 노동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했다. 이어 파업 둘째날인 9일에는 노동부 장관이 노사협상 결렬시 즉시 긴급조정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중재로 9일부터 열린 협상은 노조의 잇따른 수정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이 기존 협상카드를 고집하면서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노조 역시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노선별ㆍ단계별 파업 돌입 같은 유연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임금인상 요구안만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노사의 감정대립 골이 깊어 긴급조정 이후 시작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측이 기존의 2.5% 임금인상안을 고집할 경우 지난번 아시아나항공 때처럼 중재재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ㆍ정관계 악화 불가피=정부가 잇따라 합법파업에 강제로 개입하는 선례를 남김에 따라 노동계와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 이후 노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노사갈등의 자율타결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GS칼텍스 노조파업에 대한 직권중재와 아시아나항공 긴급조정 결정 때마다 노동계는 정부 스스로 노사자율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긴급조정권 발동이 국회의 비정규직법안 심의와 내년 2월로 예정된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 로드맵)의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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