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은 낮에 장보기를 합시다" "상점은 낮에 물건을 팔고 소등시간을 앞당깁시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었던 지난 1970년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서울시에서 실시했던 '낮에 물건 사기 캠페인'의 구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옛 추억에 불과했지만 겨울철 전력위기에 직면한 지금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난 9ㆍ15 정전사태를 경험한 바로 다음날, 최대 수요전력은 6,741만㎾로 오히려 정전 당일의 최대 수요전력인 6,728만㎾를 초과했다. 전력부족에 대한 심각성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최근에는 등유보다 싼 전기를 이용한 난방수요 급증으로 겨울에 최대 수요가 발생한다. 하지만 전기난방은 생수로 빨래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고급 에너지인 전기를 원래 목적과 다르게 너무 낭비하고 헛된 곳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올 겨울 최대 수요전력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7,853만㎾로 전망돼 비상 상황이 우려된다. 한전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 2,382명으로 구성된 수요관리 고객전담제를 통해 전사적인 24시간 현장확인 수요 조절에 힘쓰고 있다. 또 12월5일부터 비상수급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전사적 비상 모의훈련(월 2회)을 실시하는 한편 비상시 수요관리와 부하감축 목표량을 전국 사업소별로 배분하고 이행률을 평가해 인사ㆍ급여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 겨울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진정성 있는 에너지 절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전체 발전기의 25%가 전기 난방기기 사용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 이렇듯 원가 이하의 전기를 너무 쉽게 낭비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 에너지 대체손실만 연간 1조원에 이른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전기난로ㆍ장판 등 전기난방을 줄이는 대신 체감온도를 3℃ 높여주는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쓰지 않는 전기 플러그도 뽑아 전력낭비를 줄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난방비도 줄이고 겨울철 건강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지혜와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한 세계 아홉 번째 국가(G9)인 우리나라가 세계 7위 무역대국으로 도약하려면 전력산업이 더욱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앞으로도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철저한 전력수급 안정대책과 함께 전국민의 에너지 절약 실천이 요구된다. 에너지 사용에도 G9에 걸맞은 국민의식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겨울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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