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등 취약 업종의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STXㆍ동양 등 대기업 구조조정의 한파까지 덮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지난 5~6월 같은 회사채 시장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 의해 제기됐다.
한은은 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용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도별 자금 사정 격차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중기 대출비중 5% 미만=중소기업의 경우 신용대출 비중이 2011년 47.5%에서 지난해엔 45.1%로 하락했고 이마저 올 1~7월은 43.3%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가운데 저신용등급(6~10등급) 대출 비중은 2011년 6.5%, 2012년 5.5%에서 올 1~7월엔 4.9%로 5% 아래로 빠졌다.
대출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올 7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 발표 후 우량물과 비우량물 간 신용 차별화 현상이 심화됐다. 한은은 비우량물 회사채는 시장 여건 개선이 미흡한 데다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신용 경계감이 단기간 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취약 업종의 회사채는 5조2,000억원에 이른다. A등급 이하 회사채가 대부분(83%)이다. 김남영 한은 금융시장부장은 "동양 사태로 신용등급 낮은 기업의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며 "특히 개인투자자 수요 기반으로 기업어음(CP)ㆍ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이 루트가 막히면 자금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대외 충격 시 적극 나설 것"=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주식 투자 등으로 국내에 외화자금이 풍부해지면서 해외 자산 투자는 크게 늘었다. 한은은 비외채성 외화자금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증권 투자가 외환 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은행의 외화 유동성도 양호해졌다. 국내 은행의 총외화부채 대비 장기부채 비중은 2011년 말 52%에서 올 6월 말 55%로 높아졌다. 전체 은행 외화 조달 규모에서 국내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3%에서 올 상반기엔 15%로 커졌다. 외은 지점 가운데선 일본계가 7%에서 22%, 중국계가 9%에서 30%로 대폭 오르며 유럽계의 빈자리를 메웠다. 한은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등과 관련해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 공개 시장 조작 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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