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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2월 9일]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지난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ㆍ크라이슬러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얻기 위한 자구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구노력을 통한 생존 가능성을 내비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관심을 끄는 친환경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늘어놓았다. 회사의 미래가 의회의 자비심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바라는 게 바로 친환경적 자동차기업론이었다. 이 때문에 3사는 앞다퉈 하이브리드자동차 생산확대 등을 약속하고 워싱턴 청문회장에도 하이브리드자동차를 타고 나타났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재무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후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이나 ‘어스 인스티튜트’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자신이 진정으로 3사의 생존에 관심이 있는지 의아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친환경적 자동차 생산체제로 전환해서 과연 3사가 구제금융을 되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다. 소비자가 아니라 의회를 위해 디자인한 친환경차가 과연 잘 팔릴 수 있을까. 3사가 다시 의회에 지원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다. 참고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사를 구제하는 데 340억달러가 아니라 1,2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전망했다. 3사가 이후에 파산할 경우 이 돈은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물론 3사의 자구계획서에 구조조정 방안도 포함돼 있기는 하다. GM은 3만명을 감축하고 오는 2012년까지 도요타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현실화된 후 전미 자동차노조(UAW)가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도록 순순히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의회는 3사의 국유화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실제의 국유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3사의 미래를 저당잡는 국유화 말이다. 그리고 3사는 이 같은 의회의 요구에 부응할 태세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산법원의 냉정한 판단이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3사에 대한 구제금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환경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3사의 구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사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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