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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BS 적자, 누구 탓?
입력2005-08-18 16:45:59
수정
2005.08.18 16:45:59
이상훈 기자 <문화레저부>
[기자의 눈] KBS 적자, 누구 탓?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지난해 KBS가 기록한 63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에 대해 KBS 내부 감사팀이 작성한 '적자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경영진에 귀속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단독 입수했다며 최근 공개했다.
기업의 적자 책임을 경영진이 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국민의 혈세나 마찬가지인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쓰는 KBS라면 더욱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보고서를 조금만 들춰보면 그 내용에 수긍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해신' '불멸의 이순신' 등 초대형 대하사극을 편성한 게 문제라는 지적부터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불멸의 이순신'은 동시간대 MBCㆍSBS를 제치고 주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오히려 광고도 없는 1TV에서 상업방송사로서는 할 수 없는 스케일로 묵직한 재미를 선사한 건 칭찬받을 일이다. 방영 전, 역사적 인물을 통한 정권미화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종반에 달한 이 드라마에 그런 의심을 갖는 시청자는 없다. 외주제작사가 만든 '해신'은 당시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리며 광고수익이 제작비를 뛰어넘은 작품이다.
''인물 현대사' 등 진보성향의 프로그램들로 인해 보수적인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저하됐다'는 해석도 마찬가지다. 그런 논리라면 기업의 활약상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KBS1 '신화창조의 비밀'은 KBS의 광고수입 증대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말인가.
수백개의 방송물을 제작하는 국내 최대 공영방송사가 1, 2개 프로그램에 수입이 좌지우지된다면 공영방송 재정의 취약함과 광고에 수익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허약한 구조부터 따지는 게 순서다.
억지 춘향으로 갖다붙인 KBS감사팀의 지적은 오히려 KBS 적자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기둥 뒤에 숨어도 정년까지 간다'는 KBS의 느슨한 인적구조나 뿌리깊은 방만한 지역국 운영 등 KBS의 '철밥통 노릇'이야말로 누구나 인정하는 우선 개선 대상이다.
잊혀질 만하면 엇비슷한 내용의 내부감사 보고서가 똑같은 경로로 유출, 공개되는 데 야릇한 의심을 품는 건 기자만의 상상력은 아닐 터이다.
입력시간 : 2005/08/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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