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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러플린 논란과 우리의 자화상

최수문 기자 <경제부>

[기자의 눈] 러플린 논란과 우리의 자화상 최수문 기자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이 자신의 학교발전 구상이 잘못 전달됐다며 한발 빼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됐던 KAIST 사립화 논란이 일단 잠복기에 들어갔다. 논란은 지난해 7월 러플린 총장의 취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한국과는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외국의 물리학자가 어느 분야보다 복잡한 한국 교육의 현실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러플린 총장에게 원한 것은 '과학기술계의 히딩크'.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성공은 막연한 의타심을 낳았다.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관행이나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은 외부 전문가'의 손을 빌리면 그만이라는 믿음이다.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신뢰의 부작용이 이번 파문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드러난 셈이다. 러플린 총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사립화' 논의는 없었다. 다만 KAIST를 미국 MIT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굿머니(good money)'가 필요할 뿐이고 이 과정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사립화에 가까운 정도의 변신을 통해 조달한다는 뜻이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이중적인 사고에 지배되고 있다. 변화를 바라면서도 자신이 바뀌기는 원하지 않는다. 정부와 KAIST가 40만달러가 넘은 연봉을 주고 러플린 총장을 데려왔을 때 바란 것은 분명히 변화였다. 러플린 구상에 반발, 얼마 전 기획처장직에서 사퇴한 박오옥 교수는 총장 영입을 위해 러플린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립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러플린 총장의 생각은 확고한 셈이다. 그런데 변화가 정부와 KAIST 교수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러플린 총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KAIST 이사회에서 어떤 재원확보 방안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스스로를 믿지도, 변화하지도 않는 우리의 사고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외국인에게, 외국자본에 휘둘리는 이런 슬픈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 chsm@sed.co.kr 입력시간 : 2005-02-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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