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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금융불안과 대응
입력2002-08-18 00:00:00
수정
2002.08.18 00:00:00
중남미를 진원지로 한 국제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지급불이행) 선언후 이들 나라의 국가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최근 중남미 신흥시장국들의 금융시장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이다.
채권 스프레드는 연초 대비 아르헨티나가 26%포인트, 브라질과 우루과이도 14%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브라질의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페소화가치가 연초 대비 72% 이상 절하됐고, 브라질 헤알화는 27%나 떨어졌다. 우루과이 페소화도 지난 6월20일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후 30% 이상 절하됐다.
금융시장의 부진은 투자유인감소→투자자금유입 중단→신규자금 조달비용증가→경제회복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투자유인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금융시장불안을 확대시키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은 지난 1980년대 외채위기와 1994년 멕시코 외환위기를 비롯해 1999년 브라질 금융위기 등 빈번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자연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정치ㆍ사회적요인으로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등 계층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통합의 결여와 사회체계의 투명성ㆍ신뢰성부족을 들 수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만성적인 채무상환부담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은 외채에 대한 이자지급으로 소득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가 개선되더라도 경상수지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채의 상당 부분이 국채로 전환된 국가들도 원리금지급이 정부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재정적자감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채를 도입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거나 외국인 직접투자나 포트폴리오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으로써 국제자본이동의 흐름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는 만성적ㆍ고질적인 것으로 최근에 와서 특별히 악화된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경제개혁의 모범사례로 평가돼 왔다. 또한 브라질도 지난 5년간 IMF협약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며 IMF의 경제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등 경제개혁을 꾸준히 이행해 오던 나라다.
중남미국가들이 투자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투자를 중지, 축소시키거나 대규모 자본 인출을 촉발하는 것은 주변국의 상황이나 정치ㆍ사회적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와 정책평가가 시작된 올해 4월 이후 국가위험도를 반영하는 국채스프레드가 급등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위치한 우루과이는 그동안 안전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인접국의 불안이 확산되자 역외투자자들의 예금 인출이 늘면서 우루과이도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정치ㆍ사회적인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는 한 급속한 시장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파국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브라질에 유동성을 긴급지원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국제기구들도 이들 국가들에 대한 지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중남미 금융시장은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남미국가들에 대한 위험노출이 작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남미에 대한 직접투자나 신용공여규모가 큰 미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간접적인 충격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부충격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대외취약성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대외여건의 변화에 따른 정책적 대응속도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경제주체들의 위험관리능력을 기르는 한편 사회적 응집력을 키워야 한다.
이와 아울러 중남미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시기에 주기적으로 찾아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브라질에서는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불가피한 IMF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잃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다시 경제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주원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경제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정쟁으로 일관한다면 파국을 면할 수 없는 것은 비단 브라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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