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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로드 무비’

동성애 접근 잔잔함 속 큰 울림 "나, 너 사랑해도 되냐? 이런 말하면 너는 화내겠지만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했다" 조금은 거칠지만 꽤나 매력적인 방식의 사랑 고백이 될 법한 이 대사는 사실 영화 '로드무비'중 동성애자인 대식(황정민)이 석원(정찬)에게 하는 말이다.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의 도발적인 문구와 '파격적인 동성애장면' '체모노출'등으로 일찍부터 영화계 화제가 됐고, 우려와는 달리 18세 등급을 받은 '로드무비'(제작 싸이더스)는 충무로 주변에 머물던 동성애라는 소재를 세상밖으로 끌어올린 보기 드문 영화다.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적나라하고 격렬한 동성 섹스장면이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라는 소재 그리고 그들의 섹스 등의 호기심에 찬 관객들이라면 실망이 있을 법 하다. 카메라는 특별한 주장이나 강요 없이 대식과 석원의 여행길을 때로는 리얼하게 때로는 몽환적으로 쫓아가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인간들의 사랑이 남자, 여자가 뭐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사랑 앞에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더 소통 될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아프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의 보편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역으로 동성애자를 중심에 세웠다. 사랑은 동성애자, 이성애자의 구분을 떠나 누구에게나 아프고 힘든 경험이다. 산악인 출신 홈리스 대식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던 대식은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거리에서 살고 있다. 한편,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였던 석원은 주가폭락으로 하루 아침에 거리에 나앉은 '먹물출신' 홈리스. 어느날 대식은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석원을 발견한다. 이런 석원을 잘 돌봐주는 대식. 석원은 대식에게 의지하고 대식은 만신창이가 된 석원을 보살펴 준다. 석원의 자살 시도를 계기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 두 사람. 어느 바닷가에서 둘은 커피를 배달하는 일주(서린)를 만나게 되고 '파도가 불렀다'며 바다 속에 뛰어든 그녀를 구한다. 하루하루를 '약'에 의지하며 거친 삶을 살아가던 일주는 대식을 사랑하게 되고 일행에 합류한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대식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초반 불안하며 거친 사실적인 화면은 두 주인공이 여행을 시작하면서 매끄럽게 가다듬어지는 편. 피 흘리며 소리를 지르는 여성 노숙자와 귀를 막고 잠을 자는 다른 노숙자들의 모습을 잔인하도록 사실적으로 훑던 카메라는 후반부 두 남자가 떠나는 길의 모습이나 해변이나 산장 등을 아름답게 비추다가 마지막에 둘이 사랑을 나누는 비 내리는 탄광촌에서 몽환적으로 변해간다. '프랑스 유학파' 김인식 감독은 나이 40으로 뒤늦은 데뷔를 했지만, 대자연속에 점처럼 보여지는 인간들의 사랑을 감각적인 영상과 관조적인 시선등으로 신고식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특히 주연배우 황정민과 정찬 그리고 서린 등의 개성있는 연기가 작품의 힘을 실어준다. 18일 개봉.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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