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광고를 해도 내국인 근로자는 한달에 한 명 들어올까말까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써야 하는데 정부가 외국인 쿼터를 확 줄이는 바람에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기 너무 어렵습니다. 공장을 돌릴 만큼의 외국인을 쓸 수는 있게 해줘야지, 회사 문 닫으면 정부가 책임질 건가요." 충남 당진에서 자동차 오일 파이프를 생산하는 H업체 O대표는 "회사당 외국인 근로자 쿼터가 내국인 근로자 수에 연동돼 있어 필요한 만큼 신청할 수 없는데다 그마저도 한 두명 신청해봤자 배정받기조차 어렵다"며 "자동차업계 호황으로 손이 많이 부족한데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납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올 들어 경기가 조금씩 회복하면서 인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어려운 작업환경과 낮은 급여 등의 문제로 내국인 근로자는 아예 구경하기도 힘들뿐더러 외국인 근로자마저 정부의 쿼터 축소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O대표는 "조선족 교포도 써봤지만 한 곳에 오래 있지 않으려는 특성 때문에 20명을 뽑으면 한 명이 남아있을까 말까"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불법체류자를 쓰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O사장의 주위에는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을 몰래 고용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외국인근로자 10명을 고용하고 있는 서울의 종이파이프 업체 관계자도 외국인 근로자 수급난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내국인 수에 비례해 한해 4명 이상 외국인 근로자를 신규로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계약이 만료된 외국인이 생겨 이를 메워줘야 하는데 구할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지난달 말 계약이 만료돼 출국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은 도금ㆍ피복ㆍ금속ㆍ주물 등 대다수 작업환경이 열악한 중소업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와도 하루 이틀 일하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현재 내국인근로자는 대부분 40~50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에 전력을 다해도 힘든 판에 외국인근로자 구하는 데 정신이 팔려 죽을 지경"이라며 "제조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정책을 재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구인난도 문제지만 외국인 통제가 어려워지는 점도 중소업계의 큰 골칫거리다. 경기 포천에서 옷걸이를 만드는 H산업 대표는 "요새는 외국인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고용해도 걱정이 앞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상전도 그런 상전이 없다. 처음 몇 달은 잘 하다 점차 외국인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며 "숙식제공에 월급이 170만~200만원 되지만 1년이 지나면 더 올려달라고 하고 응하지 않으면 교묘히 태업하거나 아예 나가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외국인 고용장터에 가면 이제는 갑과 을이 바뀌어 사장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면접 받는 꼴이 됐다"며 "토요일은 쉬냐, 급여는 얼마냐, 법적 보험은 잘 이뤄지느냐 등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아프다고 꾀부리며 한달 반을 누워있어도 강제출국 등의 권한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눈치만 보게 돼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류재범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팀장은 "종업원 30명 이하의 소규모 영세업체는 구인난에 허덕여 사장이 직접 생산작업에 가담하는 곳이 상당하다"며 "외국인쿼터를 줄여도 내국인 취업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외국인력 공급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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