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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주가조작이 느는 이유


지난 2008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재벌 3세가 자신이 인수한 회사의 주가를 조작해 172억원의 시세차익을 편취한 사건이었다. 최근 법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이 있었는데, 1심에서 내린 징역형과 벌금형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으로 낮아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가조작에 대해 매우 엄한 판결을 내리는 데 비해 우리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가조작은 피해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깨트리는 중대 범죄여서 당연히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주가조작사범이 모두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많은 주가조작이 적발되고 있지만 그중 검찰에 통보돼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것은 중대 범죄에 국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간 150건 내외의 사건이 금융위원회에서 검찰로 통보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발견되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행위는 수법과 행태가 다양할 뿐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피해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작전세력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기법이 지능화돼 법에서 정하는 처벌 요건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주가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래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허수성(거짓)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해 주가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많이 발각되고 있다. 상당한 액수의 부당이득을 얻고 시장의 질서를 깨트렸는데도 현행법이 정하는 징역형에 처할 만한 요건에 미치지 못해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법과 제도, 행정적 제약 때문에 주가조작을 모두 검찰이 기소해 사법적 절차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의 작전세력, 소위 '꾼'들은 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징역형을 받을 만큼 크게 한 방 터뜨리지 않더라도 '메뚜기'처럼 작게 자주 옮겨 다니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주가조작을 징역형이라는 '방망이'로 다스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 최소한 행정제재(과징금)의 '회초리'라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들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회초리를 들고 따끔하게 적시에 응징한다면 시장의 질서를 지키고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관련 부처 간의 이견으로 최종 정부안에서 빠졌다고 한다. 선량한 투자자와 시장을 먼저 생각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국회가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그나마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방망이'가 안 된다면 '회초리'라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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