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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패닉] 외화 유동성 위기 해소될까

정부정책 신뢰 밑바닥…달러가뭄 장기화 우려

외환 보유액 지원 확대, 금융기관 자구노력 독려 등 정부가 달러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외화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반강제적 조치를 빼놓고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시장에 거의 공개했다”며 “외환보유액도 넉넉하기 때문에 시장 불안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외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최소 올해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내년 1ㆍ4분기까지도 달러 기근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달러 가뭄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원인은 우선 시장에서 정부 외환정책의 신뢰가 밑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나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실제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달러를 공급할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달러가 있어도 움켜쥐고 내놓지 않으면서 달러난을 가중시키는 것 역시 현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외환시장은 소나기식으로 달러를 공급해도 곧 다시 땅이 마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단적인 예로 한은이 스와프 시장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해도 만기시 다시 회수되므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화 유동성 여건이 개선되려면 미국 등 국제금융 시장도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데 미국발 서브프라임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한국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유출 등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주식투자자금 등 외국인 자금 유출의 경우 심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유출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 구조와 기존 외환 포지션 등을 고려할 때도 외환 수급여건 개선을 기대하기는 녹록지 않다. 주력 수출산업인 조선업만 놓고 보더라도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과거 수주한 선박건조가 본격화되면서 후판 등 원자재 수입도 늘어 수출이 증가해도 달러 공급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올해 1ㆍ4분기에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정점을 이뤄 내년 1ㆍ4분기까지는 수출업체들의 매물 출회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한국의 수출입 구조, 세계 경기 둔화, 시장 내 기존 선물환 포지션 등을 고려할 때 외환 수급이 쉽게 개선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소 올해 말까지는 안심하기 이른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내년 1ㆍ4분기까지는 이어질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외화 수급여건 개선을 위해 반강제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도 달러 가뭄이 지속되고 더 심해진다면 결국 은행 팔 비틀기 강도가 더 세지지 않겠느냐”며 “일례로 달러 공급을 위해 외화예금을 대출로 풀도록 은행에 반강제적으로 지시할 여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총력 대응 태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경색을 단시일 내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외화 유동성에 이어 원화 자금시장까지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잘못 꺼낼 경우 인플레이션과 세수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두더지게임’식 정책대응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환ㆍ금융 당국자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정책적 대응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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