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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외국계증권사 선호?
입력2002-01-15 00:00:00
수정
2002.01.15 00:00:00
작년 거래 주식물량 무려 86% 집중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에서 주식을 사고 팔 때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매한 한국 주식물량의 86%(4월~12월 기준)가 외국계 증권사에 집중됐다. 전체 외국인의 거래금액 77조원 가운데 66조원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거래된 것이다.
삼성ㆍLGㆍ굿모닝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나머지 13%를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 97년 한때 외국인 주식매매의 30%까지 차지했지만 매년 그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매매행태에 따라 국내에 주식투자를 하면서 지불하는 수수료는 고스란히 외국계 증권사들의 수입으로 잡히고 있다. 평균 수수료인 0.4%로 단순계산하면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거래하며 지불한 수수료 3,098억원중 2,667억원을 외국계 증권사가 챙긴 것이다.
이러한 외국계 증권사의 외국인 매매 독식현상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 거래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시가총액 상위종목 거래비중은 23.2%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 매매에서 외국계증권사의 거래비중은 거의 100%에 육박했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의 글로벌 영업력이 국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ㆍ포항제철 등에 대한 투자정보와 분석은 국내 증권사들이 강하지만 이머징마켓 전체를 가지고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겐 개별 종목만을 분석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론테크놀러지, NEC, 타이완업체 등과, 포항제철도 신일본제철ㆍUS스틸ㆍ유럽제철연합 등과 비교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화가 덜 된 국내 증권사로선 쉽게 좇아갈 수 없는 영역이다.
외국인들은 특히 최근들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사한 투자대상인 중남미의 경제 상황과도 비교 분석해 투자에 참고가 되는 자료를 원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지점장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분석 자료가 질적으로 뛰어나고 국제 영업망을 통한 마케팅 파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알짜 주문은 외국계 증권사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도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보다 몇 수 위다. 외국 펀드 매니저들은 한국ㆍ타이완ㆍ홍콩ㆍ중국 등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에 모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증권사만이 가능하다.
가령 타이완의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경우 외국계 창구를 이용하면 한번의 주문으로 끝나지만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면 2~3번의 매매를 거쳐야 하거나 아예 주문조차도 내지 못한다. 외국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외국계 증권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IMF 이후 외국인 투자가의 외국계 증권사 의존현상이 심화된 것은 IMF를 맞아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줄줄이 무너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증권사의 '창구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국내 증권사의 경영 안정성을 믿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국제영업팀 관계자들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팀의 역량과 국제영업 마케팅 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사들의 경영을 믿지 않고 있어 국제 영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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