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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보단 '경기 둔화' 대응에 무게

서브프라임 부실등 여파" 경제 하방 리스크 커진다" 판단<br>미국등 금리추가 인하에 한국만 '나홀로 긴축'도 어려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신호를 보낸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의 성장정책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성격도 짙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추가 금리인하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긴축’을 고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금리인상 요인인 물가상승과 유동성 증가세가 하반기에는 진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에 높다가 하반기에 낮아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은으로서도 물가보다는 경기상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에 물가는 진정, 경기는 둔화=이 총재는 18일 금리인하 가능성을 매우 완곡하게 내비쳤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제성장,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나 유가상승 및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 하향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불안은 금리인상 요인이지만 경기둔화는 금리인하 요인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언뜻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경기둔화에 무게중심을 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 총재가 “물가가 안정목표 범위를 벗어나도 예상 이탈기간, 금융ㆍ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5%, 3.1%, GDP 성장률은 각각 4.9%, 4.4%로 보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최근의 물가불안은 진정되는 반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이르면 올 2ㆍ4분기 금리인하 가능성=과거 금리인상 요인으로 내세웠던 시중 유동성 증가세도 전세계적인 긴축과 맞물려 둔화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의 초청으로 한은에서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도 “주식시장의 자금이동 현상이 올해는 다소 완화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도 호전되고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 수요 역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앞으로 금리인하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중국 긴축 등의 여파로 전세계 경기가 꺾이면서 국내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경우 이르면 올 2ㆍ4분기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5년 10월 이후 시작된 긴축기조가 2년여 만에 끝난다는 뜻이다. ◇“서브프라임 회복시기 전망 어려워”=한은이 가장 큰 대외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서브프라임 부실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정확한 회복시기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행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택경기 전망과 금리조정 대상 서브프라임 예상 규모 등에 비춰볼 때 “파생금융상품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손실 규모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미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대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성격상 서브프라임 시장과 주택시장이 조정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 주택경기 침체가 공급과잉 등으로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간 내 신용파생상품 기초자산의 질이 개선되고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다만 현시점에서 볼 때 서브프라임 사태는 올해 말까지 악화되다가 오는 2009년부터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제시했다. 향후 미국의 주택경기를 예고하는 주택판매 가격과 신규주택 판매 등 지표들이 올해 계속 악화되다가 내년부터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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