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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7월 6일] '보이지 않는 손'과 현대건설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그 방향을 이끄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고 그래야만 시장 참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치면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이외에 다른 요소가 시장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나친 간섭은 시장왜곡 초래 시장에는 스미스의 주창과는 다른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도 있다. 어떤 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결론을 정해놓고 모든 상황을 정해진 방향으로 흐르도록 힘 쓰는 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손들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선에서 움직이면 약이 될 수도 있다.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길 경우 독점과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어떤 세력이 적당한 선에서 시장에 간섭해야 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서다. 문제는 시장 질서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도를 넘을 때 생긴다. 요즘 시장에서는 이런 보이지 않는 손들이 전방위로 작용하면서 시장 왜곡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KB금융 등 민간금융회사 수장들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일더니 이제는 끼어들어서는 안 될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보이지 않는 힘이 미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드디어 현대건설에 대한 주인 찾기가 시작됐다. 현대건설은 역사나 상징성에서 가히 국민기업으로 불릴 만하다. 현대건설은 경부고속도로, 소양강 댐을 건설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인데다 지난 1966년 해외에 진출해 세계 건설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지만 아직도 국내 1위의 건설회사이자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남아있다. 이런 기업이 매물로 나왔으니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채 나오기도 전에 커다란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현대건설 M&A 시장에서는 두 곳이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옛 주인이었던 현대그룹과 현대ㆍ기아차 그룹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 외에 다른 기업이 들어올 수 없는 분위기가 벌써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현대가(家)에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기류대로 매수 참여자가 적으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는 또 다른 힘이나 시나리오에 따라 현대건설의 주인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M&A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의 참여에 제한을 두거나 서둘러 시장을 닫아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을 이기고 자유시장경제 원리 아래 공정하고 투명하게 현대건설의 주인이 결정될 수 있다. 시장질서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도 반드시 묶어야 한다. 지금 시장에는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막강한 세력이 누군가를 밀어주려 한다' '누구는 자발적인 동기로 나온 것이 아니라 떠밀려나왔다' '가족끼리 만나 합의했다' '누구의 인수를 막으려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등의 각종 음모설이 돌고 있다. 공개입찰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밀실에서 모든 일들이 이미 결정된 듯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현대건설 M&A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면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시장질서 파괴하는 손 묶어야 이런 얘기가 도는 것에 대한 책임은 채권단에 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현대ㆍ기아차 그룹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에 관심이 있는 다른 어느 기업이라도 자유롭게 인수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열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시장 기능에 맞는 보이지 않는 손을 묶고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게 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채권단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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