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수술을 통해 금융산업에 또 한번의 ‘빅뱅’을 몰고 올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의 규제 완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방안은 연기금과 사모펀드(PEF)는 물론 삼성을 비롯한 재벌(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뼈대다. 특히 현금을 저장해놓고 있는 기업들에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투자처를 늘려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정부가 실기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회사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어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입법을 마무리해야 할 정치권에서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정부는 “재벌(삼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결코 아니다”(김주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라고 강변하지만 재벌의 은행 소유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ˆ◇연기금, 해외 자본 등 금융자본 인정 범위 확대=금융자본의 인정 범위가 확대된다. 연기금의 경우 사회간접자본(BTOㆍBTL) 투자금액은 산업자본 판정시 제외된다. 또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고 이해상충 방지장치를 마련한 경우에는 아예 금융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외에도 PEF 유한책임사원(LP)에 산업자본과 해외 자본이 10% 이상 출자하면 산업자본으로 간주됐으나 앞으로는 30%까지 확대된다. 금융위는 이와 별개로 씨티은행ㆍHSBC 등 해외 유수 금융회사나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제조업 등의 투자에 상관없이 금융자본으로 보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자본 인정 범위 확대는) 은행 주식에 대한 투자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자본은 은행 주식을 10%까지 자유롭게 소유 가능하며 그 이상도 승인을 받으면 취득할 수 있다. ◇산업자본, 은행 10% 주식 소유 및 의결권 행사=산업자본은 현재 의결권 있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또 금융위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10%까지 은행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산업자본 규제도 바꾸기로 했다. 산업자본에 대해 의결권을 있는 은행 주식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단 10% 이상은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정부안대로 하면 삼성ㆍLG 등 일반 산업자본이 국민은행ㆍ하나은행 등의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그 비율만큼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비금융지주사 제조업 지배 허용, 증권은 더 많은 혜택=보험ㆍ증권 등 비금융지주회사(은행 제외)는 제조업 지배(소유)가 원천 금지돼 있다. 금융위는 이번 안에서 보험ㆍ증권 지주회사에 제조업 지배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GE처럼 제조업과 증권ㆍ보험ㆍ캐피털 등을 거느린 회사가 국내에도 등장하게 된다. 세부안을 보면 보험 지주사는 제조업을 직접 지배하는 것만 허용하기로 했다. 즉 자회사 형태로만 가능하고 손자회사 형태로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금융투자지주회사(보험ㆍ은행을 제외한 증권ㆍ자산운용 중심)는 자회사는 물론 손자회사 방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 중심 지주사라면 그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금융위는 또 지주사 소속 금융 자회사 간 임직원 겸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비은행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최대 7년까지 확대하고 해외 진출시에는 보험ㆍ증권 등 지주회사 자회사 간 공동 출자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논란 불가피할 듯=금융위는 오는 11월 중 규개위ㆍ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연내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규제 완화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진적 제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벌 문제를 너무 우려해서 가야 할 길을 못 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위는 이번 입법예고에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상호출자 제한,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과 금산법 제24조(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완전 지배하는 것 금지) 등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여당과도 완벽히 합의를 봤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며 “일부 조정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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